‘중간지대’ 잡아라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의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뉴시스

안철수-유승민, 낡고 부패한 구태정치와 전쟁 선포
반대파 신당 창당·탈당-자유한국당 복당 문제 남아

급박한 상황 정리 위해 통합선언 불가피
정체성·지역 기반 등 해결할 문제는 산적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양당의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그야말로 극약처방이다. 이는 두 사람에게 통합이 절박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양당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았기 때문이다. 이에 두 사람은 통합선언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통합열차를 다시 움직였다. 이제 열차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1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양당의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통합선언의 핵심은 ‘낡고 부패한 구태정치와의 전쟁’이다.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통합선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통합선언이 이번 주에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에 대해선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는 그만큼 두 사람은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걸 보여준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의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뉴시스

왜 통합선언을 했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이 순탄찮다는 건 두 사람의 통합선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합이 순탄하게 진행됐다면 굳이 통합선언을 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경우 반대파가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바른정당은 탈당자가 발생했다. 국민의당은 내달 4일 전당대회를 열기로 계획표를 짰다. 하지만 반대파의 반발이 만만찮다. 반대파는 전당대회를 저지하고, 만약 전대 저지가 불발될 경우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통합 찬성파나 반대파 모두 ‘중립지대’ 의원들을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파는 신당을 창당할 경우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찬성파 역시 한명이라도 더 통합신당에 참여시켜야 한다. 때문에 안 대표는 반대파 비례대표 출당 문제에 대해 아예 거론하지 않게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반대파 신당에 가고 싶으면 비례대표는 내려놓고 가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만큼 안 대표의 입장에서도 한석이라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파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중립지대 의원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와야 한다. 이에 따라 중립지대 의원들의 몸값이 상당히 오르고 있다.

안 대표 입장에선 중립지대 의원이 최소한 반대파의 신당 창당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통합선언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합선언을 함으로써 중립지대 의원들이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게 만들었다. 중립지대 의원들로서도 이제 더 이상 고민에만 몰두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가장 난감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들은 당초에는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통합선언으로 인해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의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뉴시스

추가 탈당을 막아라

유승민 대표의 입장에선 추가 탈당파를 막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박인숙 의원이 탈당,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추가 탈당이 나오게 된다면 탈당 러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추가 탈당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 대표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추가 탈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통합선언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이 여론을 통해 추가 탈당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답보 상태에 놓인 지지율도 문제였다. 통합을 한다는 얘기는 지난 추석 이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지지율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초창기에는 통합 얘기가 나오면서 통합신당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자유한국당 지지율과 엇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통합신당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유권자들을 각성시킬 필요가 있다. 각성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두 대표가 통합선언을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전당대회다. 내달 4일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전당대회를 연다. 이 전대에서 만약 부결이라도 난다면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전대에서 통합 가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론을 형성시켜야 한다. 통합선언을 함으로써 통합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이를 통해 당원들이 통합 찬성 의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남아있는 가시밭길

하지만 이들의 통합선언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는 않다. 특히 국민의당 반대파의 반발이 거세다. 반대파는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고, 더욱이 호남 민심이 통합에 대해 탐탁잖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게다가 정체성이 이질적인 두 집단이 과연 제대로 통합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햇볕정책 등 안보 분야를 놓고 두 세력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즉 지역 기반과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통합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양당은 18일 통합선언을 했다. 이처럼 극약처방을 해야 할 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잖다는 얘기다. 이들의 통합선언이 반대파의 반발을 얼마나 무마시킬 것이며, 추가 탈당 등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두 사람의 앞날에는 아직 가시방석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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