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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도적 차별은 철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차별을 금지한다고 사람의 차별 감정까지 제어할 수 있을까.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자신의 책 <차별감정의 철학>을 통해 이제껏 우리가 ‘교양이 있다’고 여겨온 ‘좋은’ 태도에 담긴 ‘악의’에서 차별 감정이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폭력을 만들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청결하고 싶은 마음으로 불결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품게 되고, 부지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태한 사람을 경멸하며, 성실하려는 태도로 인해 불성실한 사람을 혐오하게 된다.

저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해 나쁜 것을 점차 배제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우리는 남들이 원하는 것만을 따르게 된다고 진단한다. 우리가 지침으로 삼는 관습을 ‘당연한 것’으로 따른다는 것이다.

책은 차별 문제에 있어 ‘원래 그렇다’거나 ‘당연하다’, ‘자연스럽다’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상대라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세상의 주를 이루는 분위기만을 읽고서 소수자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가지는 긍정적인 감정도 차별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보다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차별 감정을 만든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저 발전을 바랄 뿐 타인을 낮춰 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별 감정의 철학>을 통해 우리가 ‘선의’로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차별과 혐오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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