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전 세계를 집어삼킨 ‘비트코인’ 열풍
밤낮없이 매달리는 ‘좀비족’까지 탄생

인기 못지않은 부작용에 정부 ‘골머리’
투자과열, 한국 사회 ‘한탕주의’ 결과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전 세계에는 지금 가상화폐 열풍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닥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비트코인(Bitcoin)’.

나이 제한이 없고 소액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인기만큼이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각종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는데다가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수시로 시세가 오르내리는 탓에 밤낮없이 비트코인에 매달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그런 사람들을 일컫는 ‘비트코인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트코인의 식을 줄 모르는 열풍, 이대로 괜찮은 걸까.

▲ ⓒ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이 뭐길래

비트코인이란 지폐나 동전과 다르게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를 뜻한다. 화폐의 발행, 거래, 보안 등이 암호화 방식을 기반으로 해 암호화폐라고 불리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을 가진 정체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은행에 기반을 둔 달러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온라인상의 거래 수단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창안했다. 화폐 가치를 고려해 발행 개수가 총 2100만개로 제한돼있으며, 현재까지 1600만개 이상의 코인이 채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은 직접 채굴하거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고성능 컴퓨터로 10분마다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하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이 과정이 바로 ‘채굴’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꽤나 어려워 보통 성능의 컴퓨터 1대로는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을 주고 비트코인을 구매한다.

비트코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분산화된 거래장부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한 익명거래이기 때문에 신분증 검사 등의 절차 없이 누구나 비트코인 계좌 개설이 가능하며 개수의 제한도 없다. 게다가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거래가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라는 특성상 주식, 금, 부동산 등과 달리 적정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격 변동이 매우 크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코인 당 한화 약 100만원 정도였지만 12월에는 2000만원대를 돌파했다.

직장인 최모(26)씨는 지난 11월 직장동료를 통해 비트코인을 알게됐다. 처음에는 용돈벌이 정도로 소액을 결제했는데 일주일 만에 20~30%의 수익을 얻으며 추가로 구매했다. 그렇게 비트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익률이 현재 170%에 달한다.

최씨는 “지인 중에는 6000만원을 투자해 6억원을 벌어 집과 차를 구매하기도 했다”며 “아직까지 손실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투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누구나 접근하기 쉬울뿐더러 투자금액의 수십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실제 성공 사례들이 존재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비트코인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인기만큼이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비트코인은 ▲다단계 및 유사수신 방식의 가상통화 투자금 모집 ▲가상통화 거래자금 환치기 ▲가상통화 거래를 이용한 범죄수익은닉 ▲가상통화 채굴 뒤에 감춰진 투자사기 ▲거래소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마약, 성매매 등의 거래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판매대금으로 비트코인이 이용될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사건, 이더리움 투자금 편취사건, 비트코인 신종 환치기 사건 등 가상화폐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규제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3일 가상통화 투자과열과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행위 등에 대한 정부대응방안을 논의 결과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가상통화 투자금 모집과 기망에 의한 가상통화 판매행위, 가상통화를 이용한 마약 등 불법거래, 가상통화를 통한 범죄수익은닉 등 가상통화 관련 범죄들을 보다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들이 가상통화 투자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가상통화 거래소가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입법조치를 거쳐 투자자 보호 및 거래 투명성 확보 조치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가상통화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위해 민간전문가와 관계기관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요 국가 사례 등을 참고해 심도 있게 검토하기로 결정했다”며 “관계차관회의, 관계부처TF를 수시로 열어 가상통화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적시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역시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 자리에서 “가상화폐의 지나친 거래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 합동 TF에서 구체적 대책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제도권 금융회사가 직접적으로 가담해 거래를 주도하거나 거래 여건을 조성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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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인생역전·한방 노린다

한국의 비트코인 투자과열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처럼 비트코인에 빠진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 층 사이에서 한국은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지)’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국내의 비트코인 투자 주동층은 20·30대 청년층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이용자 4000여명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 연령대가 ▲10대 4%▲ 20대 29% ▲30대 29% ▲40대 20% ▲50대 12% ▲50대 이상 6% 순으로 20·30대 청년층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한국의 비트코인 투자과열 중심에는 20·30대 청년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일까.

실제 비트코인 투자자인 최씨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헬조선’을 벗어날 수 있는 몇 안되는 탈출구”라면서 “지금까지 일을 해 모은 돈보다 비트코인으로 더 많은 수익을 더 빨리 보고 있다. 지금처럼 팍팍한 경제 상황에서 보다 쉬운 방법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보니 계속해서 투자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수익을 위한 비트코인 투자는 최씨만의 사정은 아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상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거래 수단이라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사행성 투기와 같이 전락하고 있는 것이 비트코인의 현주소다.

이와 관련해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대해 행운과 대박, 한방을 쫓는 우리 사회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비트코인 투자과열에 대해 “스마트폰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접근성이 높은 데다가 도박처럼 중독성이 강하고 시간제한도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대 청년층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한 단계 한 단계를 거쳐 성취하기보다는 행운이나 대박을 통해 성공하는 것이 우월하다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다”면서 “때문에 취업이 어렵고 희망을 보지 못하는 청년층들이 더 많이 현혹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행운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한탕주의, 물질만능주의 보다는 행복의 가치에 대한 교육과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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