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있는 삶’ 선택한 안철수의 운명

▲ 왼쪽부터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 안철수 대표, 박지원 전 대표 ⓒ뉴시스

통합 밀어붙이는 안철수, 분당 맞서는 박지원
22일경 통합 선언 소문…안철수, 일단 부인

21일 귀국하는 손학규, 통합 정당 대표 맡나
‘분당과 통합’ 선택 기로…호남계의 결심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열차에 올라탔다. 박지원 전 대표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며 목놓아 얘기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합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로써 안 대표는 통합의 ‘상행선’을, 박 전 대표는 분당 ‘하행선’을 탔다. 이제 안 대표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손학규 전 대표다. 이 카드가 먹혀들어 갈지는 미지수지만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남달랐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의 관계를 말해주는 단어다. 당시 박 전 대표가 안 대표의 상왕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나도는 얘기였다. 안 대표가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 질문할 때도 누리꾼들은 “박지원 아바타입니다”라고 답할 정도로 안 대표와 박 전 대표의 관계는 끈끈했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뉴시스

안철수의 뚝심

하지만 그 끈끈함은 대선이 끝나고 안 대표가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후 당 대표에 출마할 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뜯어말렸지만 안 대표는 결국 고집을 부려 출마했다. 이때부터 안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컨트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추석 연휴 이후부터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공공연하게 나오면서부터 박 전 대표는 통합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친안계와 호남계로 갈리면서 통합 찬성과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두 번의 끝장토론도 이어졌다. 그때마다 결론은 바른정당과 당장 통합하지 않는 대신 정책·선거연대를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렇게 갈등이 봉합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안 대표는 통합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시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친안계와 호남계는 서로를 향해 막말까지 섞어가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이라는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감정은 격해졌고, 서로를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원 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 주성영 전 의원에게 제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호남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소위 DJ 적통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호남계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국민의당이 더 이상 DJ 적통이라고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호남계는 친안계와 같은 하늘 아래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10일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 대표는 욕설을 들어야 했고, 박 전 대표는 계란 세례까지 받았다. 한 하늘 아래에서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는 지지자들의 충돌이었다. 이제 무엇인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의당은 하나의 정당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야 하는 상황이다. 그 결론이 결국 분당이라는 것을 양측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을 과연 언제 할 것인가, 그 시점만 남겨 놓은 상태다.

손학규의 선택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오는 22일경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유력시되는 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대표로서는 통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통합이 늦으면 안 된다. 최소한 내년 1월 안에 통합을 마무리해야 지방선거 공천 작업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공천 작업 역시 늦어지게 되고, 이는 지방선거 준비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1월 통합을 위해서는 올해 안에 통합 선언을 해야 한다. 때문에 22일경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손학규 전 대표 때문이다. 손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하는 시점이 오는 21일이다. 정가에서는 안 대표가 미국에 체류 중인 손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로서는 손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손 전 대표의 도움 없이 통합 선언을 할 경우 호남계는 100% 분당한다. 그렇게 되면 바른정당과 통합해도 시너지가 떨어지게 된다. 자칫하면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현재 국민의당이 39석이고, 바른정당이 11석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통합할 경우 50석이 되지만 통합한다고 해서 모두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반발해서 탈당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므로 통합해서 50석이 된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 대표로서는 통합에 반발한 탈당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안 대표는 그 사람으로 손 전 대표를 꼽은 것이다.

▲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 ⓒ뉴시스

박지원의 고민

손 전 대표는 한때 대선주자급으로 불리었고, 호남계에서도 상당히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다. 따라서 손 전 대표가 만약 통합 정당의 당 대표로 앉게 된다면 호남계의 반발도 상당히 무마될 것으로 안 대표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의 기본적인 계획은 손 전 대표를 통합 정당의 당 대표로 앉힌 후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남계가 과연 이것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다. 호남계는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분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분당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호남계가 분당한다고 해도 당장 더불어민주당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호남계는 풍찬노숙을 해야 한다. 결국 호남계가 분당을 결행하기 위해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을 정도의 숫자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호남계 내부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반대하지만 실제로 분당까지 가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즉,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싫지만 풍찬노숙하는 것은 더 싫어하는 호남계 인사들도 있다. 따라서 분당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안 대표도 그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통합을 무조건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 안 대표의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보다 강력하게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손 전 대표가 과연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