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세습 안 할 것”이라던 김삼환 목사, 결국 세습 강행
기독교 단체 “초대형 교회, 권력으로 위법적 교회 세습”

김씨 부자는 지도자 지위를 세습했다. 회중들은 투표와 박수로 김씨 부자의 세습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김씨 부자는 대를 이어 지도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위 세 문장을 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나 나올 법한 이 얘기는 서울 강동구 명일1동에 위치한 재적 교인 10만명, 한 해 예산만 1000억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 ‘명성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명성교회의 창립자이자 당회(담임목사·부목사·시무장로 등으로 구성된 개교회의 의결기구)장이었던 김삼환 원로목사(이하 김 원로목사)는 그동안 “목회세습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아들 김하나 목사(이하 김 목사)도 수차례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또 지난 2013년 장로회신학대학원 원우회와 청어람아카데미가 공동개최한 종교개혁 기념세미나에서는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맡으라고 해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세습금지는 역사적 요구”라고 말한 바 있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 <사진제공 = 서총명씨>

명성교회, 세습 위한 ‘큰 그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이하 예장통합) 소속 명성교회 세습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명성교회의 김 원로목사(당시 담임목사)는 은퇴를 2년 앞두고 있었다. 또 당시 김 목사는 명성교회의 행정처장 겸 부목사를 맡고 있어 교계에서 ‘교회 세습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선이 팽배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9월 예장통합이 세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세습금지법’을 만들면서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방식의 세습이 가로막혔다.

이듬해 3월 6일 김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5km 정도 떨어진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했다. 명성교회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 목사가 담임하는 새노래명성교회는 당시 명성교회가 운영하던 하남기도실 교인 600여명을 흡수하고 빠르게 성장했다. 새노래명성교회 설립 당시 교계에서는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그 교회의 담임목사로 가도록 하고 아버지 목사가 은퇴하면서 교회를 합병하는 방식의 ‘변칙 세습’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2015년 9월 명성교회는 김 원로목사의 후임을 정하기 위해 청빙(교회에서 목사를 구하는 행위)위원회를 조직한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김 원로목사가 정년 은퇴했음에도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후임을 청빙할 때까지는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일정 구역 안에 있는 개교회를 지도·감독하는 기관·이하 노회)에서 파견한 유경종 목사가 임시 당회장을 담당했다.

청빙위원회는 그로부터 1년 4개월 후인 올해 3월 8일 김 목사를 김 원로목사의 후보자로 정한다. 이로부터 사흘 후인 11일 명성교회 당회는 김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고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를 합병하는 안을 가결한다.

당회의 결정에 따라 위임목사 청빙과 교회 합병의 건은 공동의회(개교회의 최고 의결기구)로 넘어가게 됐다. 올해 3월 19일 열린 공동의회에는 교인 8104명이 참석했다. 청빙 안건은 찬성 6004명, 반대 1964명, 기권 137명으로 통과됐다. 교회 합병 안건도 찬성 5860명, 반대 2128명, 기권 116명으로 통과됐다.

명성교회에서 공동의회가 열린 날 김 목사는 새노래명성교회 예배에서 “청빙을 수차례 사양해왔다. 우리 교회는 합병과 관련해 공동의회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하며 교회 합병과 세습에 대해 일축하기도 했다.

▲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반대 기도회 <사진제공 = 서총명씨>

결국 완료된 세습…반대 시위 이어져

그러나 ‘세습금지법’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던 청빙 작업은 지난 9월 열린 제102회 정기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은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세습금지법을 삭제하고 이를 수정·보완한다는 취지의 총회 헌법위원회의 보고서를 예장통합이 수용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이후 명성교회는 김 목사 청빙과 교회 합병 안건을 지난 9월 노회에 제출했다. 총회 헌법은 ‘교회의 분립 및 합병은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지교회가 청빙한 위임목사 역시 노회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회는 총회 헌법 28조 6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 28조 6항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와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총회 헌법위의 보고서가 수용됐을 뿐 아직 총회 헌법이 개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명성교회 장로들은 10월 24일 열린 노회 정기회에서 김 목사 청빙안을 밀어붙였고, 이 문제로 파행을 겪으면서 임원진이 새로 선출된 노회는 결국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같은 달 31일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는 김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 사임서를 수리했다.

김 목사는 지난 12일 낮 예배를 마지막으로 새노래명성교회를 사임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7시 명성교회에서 열린 ‘김삼환 원로목사 추대 및 김하나 목사 위임 예식’에서 명성교회 위임목사가 됐다.

김 목사는 이날 위임 예식에서 “명성교회 영원한 주인은 하나님”이라며 “하나님께서 이 교회를 반드시 아름답게 이어 가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습은 하지 않겠다”던 김 원로목사와 김 목사의 말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이 완료됐다.

한편 이날 위임 예식에서는 몇몇 교인들이 “우리는 교회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지르며 김 목사의 취임에 반대했으나 명성교회 교인들이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예배당 밖으로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뿐 아니라 그동안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학생 등 많은 단체와 기독교인들이 꾸준히 명성교회를 찾아가 세습 반대 시위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 <사진제공 =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김 목사 취임 했지만 ‘산 넘어 산’

현재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은 완료됐지만 세습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 헌법위의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해석이 있었을 뿐 아직 해당 조항의 효력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총회가 폐회 중일 경우 총회의 권한을 갖는 기구)는 14일 회의에서 총회 헌법 28조 6항의 효력이 지금도 살아있으며 유효하다고 해석한 총회 헌법위 보고를 이견 없이 수용했다. 이에 따라 명성교회의 김 목사 청빙 무효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윤실 박제민 팀장은 “초대형교회가 힘을 이용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위법·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세습을 강행했다”며 “이는 성서의 가르침이나 기독교 윤리적으로 봤을 때 옳지 못한 일이고 반드시 정상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반연 김애희 사무국장은 “총회 세습금지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임원회에서 수차례 이를 확인했는데 명성교회가 김 목사 청빙을 강행한 상황에서는 총회와 정면충돌 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가 교단의 입장과 정면충돌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할 경우, 교회는 교단 탈퇴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고, 총회는 명성교회를 대상으로 어떻게 지도·감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장신대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반대기도회에 참여한 신학과 4학년 서총명씨는 “초대형교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총회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해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총회 재판국이 김 목사의 청빙 건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법이나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김 목사의 위임은 무효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성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위해 기도해야 할 교계가 명성교회 세습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명성교회 세습을 일제히 보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계와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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