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대선 주자들이 다시 뭉쳤다

▲ 안철수-유승민 ⓒ뉴시스

김무성 떠난 자리에 이제는 안철수가 채워지고
유승민, 추위에 떨고 있을 의원들 위해 몸부림

유승민-안철수의 중도보수통합론, 현실성은 과연
결국 선거구제 개편으로 이어지는 정책·선거연대

자유한국당 품에 안긴 김무성 의원과 입술 뽀뽀를 했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이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손을 잡은 모습이다. 김무성 의원을 떠나보내며 ‘보이지 않는 사랑’을 불렀던 유 대표가 이제는 안 대표와 만나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라는 향토예비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 대표와 안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선 주자였다. 그리고 이제 당 대표가 돼서 만남을 가진 것이다. 그야말로 예비군 군가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들이 과연 ‘예비군 가는 길은 승리뿐이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부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별을 미소 짓는 얼굴로 울고 있었지. 하지만 나 이렇게 슬프게 우는 건 내일이면 찾아올 그리움 때문일거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김무성 의원을 자유한국당으로 떠나보내며 불렀을 것 같은 노래다. 김 의원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술 뽀뽀를 할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다. 외국에서는 ‘게이 정치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화제가 됐던 장면이다. 하지만 그들의 날카로운 첫키스는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 하지 않았지. 하지만 떠날 필요 없잖아”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의원은 그렇게 자유한국당으로 떠났고, 유 대표는 당 대표가 됐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돌아오지는 않는다. 결국 유 대표는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유승민의 숙제

우선적으로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어 버렸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엄청난 추위가 몰아닥친다는 것이다. 그 옛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시베리아 벌판으로 나아간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엄청난 추위를 감내해야 한다. 유 대표는 그 추위를 감내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후속 탈당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유 대표로서는 이들에게 따뜻한 군불을 쬐게 해줘야 하는 가장이 됐다. 가장이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식솔들을 가장 곁을 떠나 다른 둥지로 날아간다. 따라서 유 대표로서는 그들에게 군불을 줘야 한다.

▲ 김무성-유승민 ⓒ뉴시스

이런 이유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만남을 가졌을 때 중도보수통합론을 꺼내든 것이다. 중도보수통합론에 대해 안 대표보다는 유 대표가 더욱 적극적이었다. 물론 안 대표도 호응을 해줬다. 이를 두고 유 대표는 절실했고, 안 대표는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유 대표와 안 대표는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라는 ‘향토예비군 노래’를 부르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대선 주자였고, 이제는 당 대표가 됐다.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라고 했던 안 대표도 이제는 유 대표와 함께 손을 잡는 처지가 됐다. 유 대표는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고, 안 대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때문에 중도보수통합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통합은 계속해서 나왔던 이야기인데 그것이 점차 현살화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유 대표와 안 대표의 만남은 의미가 상당히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소수정당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당은 그나마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갖고 있지만 지지율은 꼴찌를 달리고 있다.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단의 대책은

그 특단의 대책이 결국 중도보수통합이라는 카드다. 물론 당장 통합은 어렵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중도보수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체성’이다. 바른정당은 안보를 중시하는 정당이면서 대북 강경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대북 압박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며 대북 강경 압박보다는 대화를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통합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유승민 ⓒ뉴시스

한 이불 덮고 살고 있는 부부도 부부싸움을 하는데 한 이불 덮지도 않은 사람들이 한 이불 덮고 산다고 하면 분명 갈등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장 통합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민의당 내부 속사정이 복잡하다. 호남계는 당장 반발하고 있다. 그나마 호남계의 반발을 잠재웠던 안 대표로서는 이번 중도보수통합론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고민이 또 다시 생겼다.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연다. 이날 의총에서는 중도보수통합론에 대해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안 대표가 쉽지 않은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 대표가 호남계 인사들과 식사를 하면서 반발을 겨우 잠재워 놓은 상태다. 그런데 유 대표가 안 대표를 만나 중도보수통합론을 꺼내들면서 호남계 반발이 다시 표출되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이날 의총에서 안 대표 탄핵까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 정도로 호남계는 중도보수통합론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안 대표로서는 중도보수통합론을 무조건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운명

때문에 당장 통합은 힘들고, 아마도 정책 혹은 선거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바른정당에서 원내대표가 과연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과연 얼마나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다행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역적 기반은 겹치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바른정당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선거후보 단일화가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또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최종적인 정책 혹은 선거연대는 역시 선거법 개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한다고 해도 거대 양당 시스템 하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을 하거나 정당별 비례대표제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입장에서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도 현행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똘똘 뭉쳐 선거구제 개편을 이뤄낸다면 진정한 정책·선거연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 대표와 안 대표의 최종 목표는 선거구제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당장 통합보다는 정책·선거연대에 치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 정치적 지지층 기반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쉽게 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각자도생을 하면서 함께 살아갈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구제 개편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 이유는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자신들이 살아갈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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