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박근혜·서청원·최경환 출당 문제로 내홍 겪어
바른정당 통합파와 보수대통합 위해 불가피

최고위원회의 의결 가능할까…류여해가 키 쥐어
의결돼도 부결돼도 홍준표 대표에 타격 불가피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당에서 쫓아내기로 결정했지만 과연 이들에 대한 출당이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유한국당에서 친박이라는 집단은 워낙 견고하게 뿌리 내렸기 때문에 그 뿌리를 한꺼번에 뽑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앓던 이를 뽑으려다가 오히려 파상풍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이란 간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운명은 풍전등화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는 이 세 사람의 출당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이들의 자진탈당을 권유하는 권고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혁신위는 아무런 효력이 없기 때문에 자진탈당 권유에도 이들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20일 윤리위원회에서 자진탈당 권고를 의결했다. 혁신위와 달리 윤리위는 효력을 갖춘 기구이기 때문에 세 사람이 자진탈당을 하지 않을 경우 이들에 대해 출당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역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위에서 출당 조치를 내리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면 바로 출당된다. 반면 현역의원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최고위에서 의결한다고 해도 의원총회에서 2/3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친박 인적 청산

이들의 출당이 홍준표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다.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보수대통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07석이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김무성계를 중심으로 주호영·김용태·김영우·이종구·황영철·정양석·오신환 의원 등 7~10명 정도다. 이들과 보수대통합을 이룰 경우 114~117석으로 원내 1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을 위협하게 된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바른정당 통합파의 상당수가 부산·경남을 거점으로 삼거나 강원·수도권을 거점으로 삼은 현역의원들이라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이들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보수대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자면 이들에게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 새누리당의 지붕 아래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면서 뛰쳐나와 창당했다. 일부는 대선 기간 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바른정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의 품으로 돌아갔다. 현재는 통합파와 자강파가 남아 바른정당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파는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해서 보수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자강파는 바른정당에 남아서 합리적인 개혁보수정당의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홍 대표로서는 통합파가 바른정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박 전 대통령·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이다.

홍 대표가 이를 급하게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바로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통합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중도보수통합론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호남지역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국민의당 내부에서 특히 호남 중진 중심으로 중도보수통합론에 제동을 걸면서 결국 안 대표 역시 철수했다. 결국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책·선거연대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언제든지 중도보수통합론의 불씨는 되살릴 수 있다. 그 전에 보수대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홍 대표로서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보수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세 사람의 당적 정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홍준표 대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저항하는 친박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 때문에 미국을 방문했다가 주말에 돌아왔다. 이제 본격적인 친박 인적 청산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만만찮은 역풍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친박의 저항이다. 서청원 의원은 2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국감장에서 이와 관련된 녹취록이 있다고 밝혔다. 만약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대법원 판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서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홍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친박의 저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27일 자유한국당이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를 전격 선임한 데 반발, 국감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날 의총의 주제는 국감 보이콧이었다. 하지만 친박 인사들은 의총에서 친박 인적 청산에 대해 항의했다. 이날 90여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총회에 참석했고, 이 가운데 15명 의원이 개인 발언에 나섰다. 이중 4~5명의 의원이 친박 청산에 대해 항의했다. 이날 의총이 국감 보이콧을 주제로 열렸다는 점에서 친박 저항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김진태 의원은 의총 끝나고 난 후 기자들에게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를 언급했다. 홍 대표가 의원들에게 묻지도 않고 친박 인적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만약 세 사람을 출당시키게 되면 자유한국당의 보수 적통은 끊어진다고 주장했다. 친박의 저항은 외곽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대한애국당 사람들은 매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친박 인적 청산에 대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간 홍 대표가 해외에 있었고, 서 의원 역시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 갈등이 밖으로 완전히 표출된 것은 아니다. 결국 11월로 접어들면서 그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당내 갈등을 봉합하자는 차원에서 국감 전면 보이콧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내 갈등 봉합을 목적으로 대여 투쟁을 더욱 강경하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국감은 야당의 전유물이다.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초·재선 의원들의 독무대이기도 하다. 야당들은 그동안 국감을 통해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고, 그를 바탕으로 이듬해 열린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에게 이번 국감은 중요하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국감에서 많은 활약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이제 그 기회를 놓친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향후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이나 국정원 대선 개입 등의 내용이 나올 것을 우려해서 국감을 파행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운영위원회에서는 청와대 국감도 예정돼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 국감을 전면 보이콧한 이유는 결국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나는 관측이다.

▲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부근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투쟁 선언 지지 제20차 태극기 집회’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의 운명

어쨌든 홍 대표가 귀국하고, 서 의원도 귀국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친박 청산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3일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최고위에서 과연 이 문제가 의결되겠느냐는 것이다. 최고위원회의가 친박계와 비박계가 엇비슷하게 구성돼 있다. 출당 찬성파는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서 이철우·이종혁·이재영 최고위원 등이 있다. 반대파는 김태흠·이재만·류여해 최고위원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있다. 김광림 최고위원은 유보적 입장이다. 이게 지난 25일까지의 상황이다. 그런데 류여해 최고위원이 돌연 유보로 돌아섰다. 대한애국당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류 최고위원이 집회 참가자로부터 태극기 깃봉으로 폭행을 당하면서 일단 유보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최고위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놓고 찬반이 엇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상황이라면 홍 대표가 최고위를 열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논의한다고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출당 논의가 부결되든 의결되든 자유한국당은 후폭풍이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부결될 경우 홍 대표는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된다. 사실상 홍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고, 현 지도부는 총사퇴 해야 할 수도 있다. 친박의 힘을 확인한 비박계로서는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친박계는 그 위력을 과시하게 된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바른정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려는 계획을 일단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다. 이는 보수대통합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반면 의결이 된다면 홍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커지게 된다. 더불어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보수대통합 일정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다만 친박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저항은 자유한국당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 친박의 위세가 많이 꺾였기 때문에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박의 저항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서 의원이 갖고 있는 그 녹취록이 공개될 수도 있다. 서 의원이 자신의 출당을 의결한 것에 대한 이에 대한 분노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홍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최고위를 여는 순간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최고위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중도보수통합 논의가 일단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보수대통합이 급할 것은 없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기다려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한 연장에 반발하면서 변호인단 총사퇴와 국선변호인 인선, 재판 심리 거부 등을 하면서 1심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 대표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최고위를 열 수도, 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적 정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지만 그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친박 인적 청산을 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뻔하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영남, 특히 대구·경북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이외에는 아무 것도 건질 것이 없다. 홍 대표가 최소 6개 광역단체장을 건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실은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수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홍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도 없는 것이다. 홍 대표가 친박 인적 청산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그 뜻을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친박 인적 청산을 하려다가 홍 대표가 청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섣불리 최고위를 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가 워낙 돈키호테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앞뒤 재지 않고 최고위를 열 가능성도 있다. 그로 인해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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