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이비·이단 종교 연구 종교평론지 탁지원 소장

▲ 탁지원 소장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아버지 뜻 이어받아 사이비·이단 연구에 발 디뎌
피해자 구제 및 건강한 국가·사회 이루고 싶어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워
작게는 가정 해체, 크게는 국가 해체 문제 발생

권력과 유착관계 형성될 경우 더 큰 문제 일으켜
종교·학계·국가 함께 문제 해결 방안 모색해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사이비 종교 집단을 소재로 한 사이비스릴러 드라마 OCN ‘구해줘’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간 국내에서 사이비·이단 종교라는 소재는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흥행을 단순히 소재의 신선함 때문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그동안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는 특정 종교의 주된 문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 하나로 손꼽히기 때문.

특히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등 국가의 여러 가지 큰 사건들과 사이비·이단 종교들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수십년째 사이비·이단 종교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는 종교평론지 <현대종교>의 대표 탁지원 소장은 ‘구해줘’를 발판 삼아 종교와 학계, 국가가 다 함께 손을 잡고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0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현대종교>의 사무실에서 탁 소장을 만나 현재 국내에서의 사이비·이단 종교의 실태와 그로 인한 문제점, 앞으로의 해결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탁지원 소장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종교 평론지 ‘현대종교’, 피해자 돕는 역할

Q. 종교평론지 ‘현대종교’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란다.

1971년 아버지 故탁명환 소장께서 월간지를 통해 사이비·이단에 대해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1994년 아버지께서 사이비·이단 종교로부터 피습을 당해 돌아가셨고 형, 동생과 함께 삼 형제가 직원 10명과 함께 이 일을 이어가게 됐다. 현대종교는 사이비·이단 종교에 대한 정보를 한국 교회 및 사회에 알리고 그들로 인한 피해자를 돕는 역할을 하는 연구소이자 언론사, 출판사 역할을 하고 있다.

Q. 사이비·이단 종교 연구에 주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994년 2월 18일 사이비·이단 종교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피습을 당했다. 누군가는 아버지가 하시던 사이비·이단 종교 연구를 해야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때문에 형제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가 평생 했던 일이기 때문에 멈춰 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아들들이 이 일을 이어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Q. 사이비·이단 종교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국토 크기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사이비·이단 종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세력을 넓혀 현지인을 포함해 교민, 유학생들까지도 손을 뻗어 피해를 낳고 있다. 그로 인해 국가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작게는 사이비·이단 종교 피해자들을 돕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지만 크게는 건강한 국가와 사회, 종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 탁지원 소장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사이비, 반사회적·반도덕적·반윤리적

Q. 사이비 종교란 무엇인가. 이단과 사이비의 차이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단은 종교적인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면 사이비 종교는 반사회적, 반도덕적, 반윤리적인 사회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기독교에서는 이단과 사이비라는 용어를 같은 맥락으로 보고 함께 사용한다.

Q. 국내 사이비·이단 종교의 현황은 어떻게 되나.

사이비·이단을 규정하는 일은 기독교를 중심으로만 이뤄질 뿐 다른 단체나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지는 않는다. 한국교회에서 규정한 사이비·이단 종교 등은 약 100~200여개이며 새로 생겨난 종교들까지 포함한다면 수백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 인한 피해자들은 약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Q. ‘사이비·이단 종교다, 아니다’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면.

이단은 성경이라는 중심에서 근본적인 것들을 더하거나 빼거나를 두고 ‘이단’ 또는 ‘이단성’ 등으로 구분하지만 성경으로 재단할 수 없는 사이비 종교는 살인이나 폭행, 이혼 등 상식적으로 사회적 문제라고 여겨지는 문제들을 일으키는 종교를 두고 ‘사이비인가’, ‘사이비성이 있는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Q. 사이비 종교의 규모나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어떤 식으로 넓혀가는 것인지.

시대에 따라 그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요청한다거나 카페 책꽂이 등에 자신들의 발행물을 꽂아두거나 등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고 접근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또 주말에 홍대나 신촌 등에서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나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들에게 접근한다거나 하는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세력 확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Q. 사이비·이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사이비·이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작게는 가정 해체, 크게는 대한민국 해체라는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종교 문제도 사회, 경제 문제와 같은 선상에서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사이비·이단 종교에 빠지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람들이 가장 힘들고 절망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이비·이단 종교에 잘 빠지고, 사이비·이단 종교 역시 이를 이용해 관계성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지식인일수록 사이비·이단 종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이 옳지 못한 선택이었음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드라마 ‘구해줘’ 홈페이지

권력과 사이비·이단 유착, ‘악어와 악어새’

Q. 최근 사이비스릴러 드라마 ‘구해줘’가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종교가 아닌 대중매체를 통해 사이비·이단 종교의 문제점을 알릴 수 있다는 게 아주 커다란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그동안에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는 사실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부분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같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대중매체를 통해 사이비·이단 종교의 문제가 계속 회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를 발판 삼아 많은 종교인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Q. 근래 대중매체들에서도 사이비·이단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과 관련해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가 얽혀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있었다. 이런 사회적인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본다. 얼마 전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광주를 이해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처럼 그동안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만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를 다뤄왔다면 앞으로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대중매체들을 통해 조명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Q. 정치와 사이비·이단 종교의 유착관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지지자들이 필요하고, 사이비·이단 종교에서는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막이 필요하고,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고 이해하면 쉽다. 사이비·이단 종교 조직이 정치나 경제, 사회적으로 맞물릴 때는 일반인들이 유착관계를 맺는 것보다 수배 이상의 어려움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사이비·이단 종교와 관련된 정치인들은 반드시 발본색원 돼야만 한다.

▲ 탁지원 소장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피해 방지 위해서는 최소한의 검증 과정 필요

Q. 사이비·이단 종교가 늘어나고, 이에 빠지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적인 시각에서는 성경에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여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라는 내용이 있는데, 그 말씀이 그대로 실현돼 사람들이 사이비·이단 종교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인 시각에서는 사회가 점점 악해지고, 그 악이 종교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해 할 수 있다. 현실이 너무 힘들어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사람들이 사이비·이단 종교에 빠져 사기 등의 범죄를 통해 좀 더 편한 시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다.

Q.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떠오른 사이비·이단 종교,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국가적 차원에서 사이비·이단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겠지만 최소한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는 종교와 학계, 국가가 함께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 아닌 종교와 학계, 관련 부처가 사이비·이단 종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독자들 가운데는 종교가 있는 분도 없는 분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유를 마시기 전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처럼 종교를 대할 때도 이런 소소한 꼼꼼함이 필요하다. 누가 성경 공부를 하자고 하던가, 좋은 선교사나 목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하면 함부로 의심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검증 과정은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이비·이단 종교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오랜 기간 우리가 해온 일의 결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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