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의 제빵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부의 이번 판단과 관련해 당혹스러움을 표했고 동종업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고용부의 근로감독 대상 기업이 확대될까 바싹 긴장한 눈치다.

업계 우려에 고용부는 직접고용 지시 시효의 연장 여지를 두고 대안 논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판결에 대한 업계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불법파견 논쟁이 생길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은 당장 폐업을 하게 생겼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고용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빵기사 불법파견 판정…파리바게뜨 “당혹”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여부 근로감독 결과와 관련해 제빵기사들은 협력(도급)업체 소속이지만 파리바게뜨 본사가 사실상 직접 업무를 지시한 실질적인 사용사업주인 만큼 제빵기사들을 직접 채용할 의무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파리크라상에 제빵기사 4362명 등 총 5378명을 직접 고용할 것을 시정지시했다. 또한 이달부터 25일 이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 및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고용부는 7월 11부터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 업체 11개소, 직영·위탁·가맹점 56개소 등을 포함해 전국 68개소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에게 본사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직접 업무지시를 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로 확인됨에 따라 제빵기사들을 본사인 파리크라상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빵기사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것은 협력업체인데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본사가 제빵기사에게 사실상 직접 업무를 지시한 것은 파견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 수는 5200명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파리바게트가 본사 직원보다 많은 5378명을 직접 고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경영상 막대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후 법원으로 공이 넘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파리바게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강력 반발 “문 닫게 생겼다”

파리바게뜨 본사를 대신해 그동안 제빵기사를 고용해왔던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도 고용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은 고용부가 협력업체 소속인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것과 관련해 집단 대응에 나섰다.

협력사 8곳의 대표들은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빵사들이 불법파견됐다고 규정하고 25일 안에 사업체를 그만두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들을 관리하고 있는 협력업체의 대표들”이라며 “우리는 파리바게뜨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기사 공급에 대한 최소한의 도급료를 받으며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일단 고용부로부터 시정명령과 관련한 공문을 전달받은 후 행정소송 등 대응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협력사 대표들은 “제빵기사 4명으로 시작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부족하나마 제빵기사들의 처우개선에 노력해온 새로운 영역의 협력사를 불법파견이라 규정하고 25일안에 사업체를 그만두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동종업계 바싹 ‘긴장’…뚜레쥬르도 근로감독 대상 될까

이번 파리바게뜨의 사례를 계기로 고용부의 근로감독 대상 기업이 확대되고, 조사의 강도도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주목되고 있는 곳은 같은 제빵업체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이다. 동종업계 내에서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고용형태를 갖고 있는 CJ푸드빌에 불똥이 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는 6개의 협력업체와 협정을 맺은 뒤 전국 1200여개 가맹점에 제빵기사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바리바게뜨와 비슷한 고용형태를 갖고 있기에 CJ푸드빌 측도 본사가 가맹사업법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달리 본사에서 제빵기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6월경부터 이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왔다. 뚜레쥬르에서는 가맹점에 파견된 제빵기사들에게 본사가 업무를 지시하거나 근퇴관리에 관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후 고용부에서 근로감독을 받게 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본사 직고용, 또 다른 불법 문제 발생 우려돼

파리바게뜨서 촉발된 불법파견 논란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재계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는 그동안 계속돼온 프랜차이즈 업계 불법파견 논란에 대한 정부의 첫 판단인 만큼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파리바게뜨가 직고용에 나서라고 결정한 것과 달리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로 본사가 직접 고용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불법파견 논쟁이 생길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으며 제빵기사는 파견근로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본사가 직접 고용을 할 경우 제빵기사들이 실질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곳은 가맹점인 만큼 현실적으로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가맹점주의 직접 업무지시는 위법이 되기 때문에 또 다른 불법파견 논쟁이 우려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경총은 “제조업에 적용되는 원하청간 불법파견 법리를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 산업에 확대적용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고용부의 시정명령대로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을 한다고 해도 현행법상 적법하게 가맹점에 제빵사를 보낼 방법이 없어 논란은 여전하다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가맹점주의 업무지시는 사실상 불가피해 결국 또 다시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문제는 불법파견 등 노동법적 접근으로 해결할 성질이 아니며 해결될 수도 없으므로 가맹계약의 본질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고용 나서면 오히려 손익 개선될 것…우려 과해”

반면 업계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려 보다 업계 관행 근절과 근로환경 개선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반면 제빵사들은 일단 고용부의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을 계기로 불법파견 관행 근절과 함께 협력업체 근로자의 처우 개선의 계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이번 결정이 SPC에게 도리어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 25일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직고용에 나설 경우 오히려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며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결정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파리크라상이 제빵기사를 모두 직접고용에 나설 경우 지금까지 파리크라상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던 경영지원료 연간 약 900여억원(월 150만원X5000명)을 절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파리크라상이 가맹점주에게 적정한 제빵기사 인건비를 청구한다면 연간 약 1800억원(월 300만원X5000명)을 파견업체에 지급해온 점을 비춰 파리크라상과 가맹점주의 이익으로 환원될 것”이라며 “결국 파견업체가 실질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 파견사업주가 이익을 얻던 금액을 파리크라상과 가맹점주가 되찾는 것이므로 파리크라상의 손익이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SPC와 파리바게뜨 본사는 불법적 인력운영과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조만간 노동부와 논의해 노사간 협의자리를 마련할 것이며 파리바게뜨가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 설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한 고용부 결정의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