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이미 수년 전에 폐장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 놀이공원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희한한(수정할 것)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은 바로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폐 놀이공원 ‘용마랜드’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녹이 슬어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놀이기구들 뿐인 용마랜드에는 일 평균 40~50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대체 사람들이 문 닫은 놀이공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투데이신문>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용마랜드로 향했다.

조용한 주택가 지나 푸른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용마랜드를 알리는 간판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굳게 닫힌 철문에 당황해 두리번거리다 보면 현준수(61)씨가 나와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현씨는 1995년부터 20년 넘게 용마랜드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방문 목적에 따라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나면 정해진 이용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몇 안되는 놀이기구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회전목마다. 회전목마는 용마랜드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라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사람들을 태우며 힘차게 달렸을 말들은 끝날 줄 모르는 기나긴 휴식을 즐기며 언젠가 다시 달릴 그날을 꿈꾸는 듯 보였다. 현씨는 롯데월드의 회전목마보다 규모는 작지만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목마라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냈다.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무성한 풀 사이로 낡은 기차 한 대가 있었다. 어린아이들의 웃음 소리에 맞춰 신나게 달렸을 빨간 기차는 이제 한 발자국도 나갈 힘조차 없어 보였다. 평생을 함께한 녹슨 철길 만이 기차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놀이공원이라면 절대 없어서는 안될 바이킹도 당연히 있었다. 멈춰버린 바이킹은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파란 하늘 위로 솟아오르던 시절이 그리운 듯 제자리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용마랜드 곳곳에는 녹이 슨 채 버려진 기구들이 많았다. 거미줄이 무성하고 언제 내린지 모를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있기도 했다.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고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움직이며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던 화려한 지난날을 떠올리면 지금은 한없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1983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용마랜드는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 국내 유명 놀이공원에 비해 규모는 매우 작지만 나름 알찬 구성으로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 용마랜드는 어쩌다 이지경에 이른걸까.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80·90년대 서울 동북부지역을 대표하는 놀이공원으로서 나름 승승장구하던 용마랜드는 돌연 폐장을 맞이한다. 현씨에 따르면 1999년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승마장과 체육시설 설립 공사에 착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자금난, 경영난 등 각종 문제점이 발생해 사업은 흐지부지되는 듯한 조짐을 보였다. 결국 외줄타듯 위태롭게 운영되던 용마랜드는 2011년 놀이공원 허가 취소 확정 결과를 통보받으며 완전히 폐장하기에 이른다. 이후 쉼 없이 돌아가던 놀이기구들은 제 할 일을 잃고 멈춰버렸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용마랜드가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혹은 폐장한 놀이공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40~50명 정도라고.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용마랜드는 가수 엑소(EXO), 아이유, 백지영 등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앨범 재킷 사진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해외 팬들이 찾아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출사지와 프로 사진작가들의 화보촬영,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만점이다.

현씨는 용마랜드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예쁜 사진을 남기고 즐겁게 놀다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차원에서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용마랜드에 그동안 굉장히 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갔어요.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고 있고요. 근데 이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남이섬만 하더라도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라고 지금까지도 굉장히 유명하고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잖아요. 용마랜드도 여러 가수의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이었는데 그걸 활용해서 관광 명소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그동안 ‘Last scene’을 구독해온 독자라면 ‘왜 용마랜드를 소개했을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Last scene’은 사라져가는 것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무언가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는 게 의미있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는 정말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내심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찰나 마지막이라는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용마랜드의 기적을 알게 됐다. 용마랜드를 통해 마지막이 정말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현씨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용마랜드는 당분간 지금처럼 운영될 것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사라지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용마랜드의 2막이 끝나지 않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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