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성소수자단체 “성적 소수자 차별행위” vs. 미술관 관계자 “국내 정서상 불쾌감 느낄 수 있어”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소마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Nude(이하 테이트 명작전)’에서 동성애를 그린 작품이 국내 정서상 불편하다는 이유로 미성년자들의 관람에 유의를 요하는 ‘에로틱 누드 섹션’에 분류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성애, 한국 정서상 불편하다?

7일 소마미술관 등에 따르면, 테이트 명작전은 ‘역사적 누드’, ‘사적인 누드’, ‘모더니즘 누드’,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누드’  등 총 8개 테마로 나눠 전시 중에 있다. 

그 중 ‘에로틱 누드’ 섹션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동성애 드로잉, 파블로 피카소의 관음증을 묘사한 판화, 루이스 부르주아의 드로잉 등이 전시돼 있다. 해당 섹션 전시실 앞에는 관람 시 다소 선정적인 작품이 있어 미성년자의 관람에 주의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전시를 관람한 A씨는 “예술작품의 판단을 관람객들에게 넘기지 않고 선정성의 기준으로 작품 관람 구역을 나눠 다소 의아했다”며 “특히 동성애를 묘사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은 그다지 선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는데 ‘에로틱 누드’ 섹션으로 분류돼 성소수자에 대한 검열이자 차별인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테이트 명작전 서울 전시장은 시드니, 오클랜드에서 열린 전시와 달리 ‘특별구역’인 ‘에로틱 누드’ 섹션을 만들었는데 책임큐레이터인 체임버스는 해당 섹션 작품들이 한국 국민 정서상 불편할 수 있다고 판단해 따로 구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마미술관 측 역시 ‘에로틱 누드’ 섹션은  국내 정서상 불편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모아놓은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소마미술관 관계자는 “해당 섹션은 관람객들이 봤을 때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판단된 작품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에로틱 누드 섹션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서는 “동성애 작품이라고 해서 관람에 제한을 두진 않았다. 해당 작품을 가린 것은 아니고, 관람도 가능하다. 다만 동성애가 한국 정서상 불편한 주제이기에 ‘에로틱 누드’ 섹션에 분류했다”며 “안내 문구도 자녀와 함께 관람하는 부모들이 관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며 동성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소마미술관 관계자도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의) 성적 지향성 때문에 보호자들이 자녀들과 보기 불편할 수 있어서 ‘에로틱 누드’ 섹션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소수자의 차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조선일보 보도와 달리 ‘에로틱 누드 섹션’은 시드니, 오클랜드에서도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성적 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전시기획

김종현 칼럼니스트는 “미술관 입장에서는 대중과의 마찰을 피해야 할 테니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예술을 대하는 눈높이가 드러난 사례”라며 “선정성, 성적 수치심 등 성적 지향에 대한 재단이 관객의 자유로운 감상을 방해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미술을 포함한 예술활동이 한 사회의 가치체계에 균열을 내서 새로운 세계를 관객에게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그러한 예술의 책무, 권리, 기능 등을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해당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행위가 가진 의미를 제한하는 것 밖에 안된다”며 “에로틱 섹션이 없어야 오히려 누드전에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웅 공동운영위원장은 “미술관의 태도 자체가 성적 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전시기획임을 시인한 것”이라며 “이는 근래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집단들이 성소수자에 외설성을 부여하는 전략과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이트 미술관이 어떻게 작품을 수집하는가에 대한 과정과 안목을 대중에게 전달하기보다 누드작품은 선정적이라는 구태를 그대로 적용해 구분하는 것은 성적 보수주의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전시기획차원에서도 효과적이지 않은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소마미술관을 관리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2010년 6월 미국 외교부 내 동성애자 모임(GLIFAA, Gays and Lesbians in Foreign Affairs Agencies) 미국 주한대사관 지부가 소마미술관에서 주최하기로 한 강연회를 행사 3일 전 돌연 개최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바 있다.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가기관으로서 이미지가 걱정된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동성애 인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참석자들이 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허가해 줄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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