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최근 몇몇 언론인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청탁성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삼성공화국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시사인>은 제517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단독입수-장충기 문자에 비친 대한민국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일보>, <서울경제>, <연합뉴스> 등 몇몇 언론인들이 장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 <시사인> 고재열 기자 페이스북 캡처 ⓒ투데이신문

해당 문자메시지 다수가 청탁성 문자로 <서울경제> 전 간부는 자신의 사외이사 전임 자리를, <문화일보>의 한 간부는 광고와 협찬을 노골적으로 요청했다.

특히나 <CBS> 이모 전 본부장은 삼성전자에 지원한 자신의 아들의 입사지원 정보를 구체적으로 밝히며 입사를 청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장은 “제 아들 아이 이○○이 삼성전자 ○○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발표가 임박한 것 같다”며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데 시험 과정과 방법이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할까 온 집안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근심을 토로했다.

이어 아들의 이름과 출신학교, 수험번호 등을 밝히며 “이러한 부탁이 무례한 줄 알지만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 <시사인> 고재열 기자 페이스북 캡처 ⓒ투데이신문

이에 대해 <CBS> 측은 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시사 주간지 ‘시사인’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장 사장에 대한 언론사 간부의 청탁 문제를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라며 “부정한 인사청탁에 전직 CBS 간부가 연루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회사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인사청탁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며 “삼성 측이 인사를 (사적인 인맥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한 번 더 봐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들은) 삼성전자에 취업되지 않고 전혀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인사청탁은 성사되지 않았음을 덧붙였다.

이어 “산업부장을 지내며 기업인들을 알게 되며 지인에게 사적으로 부탁한 것이지 언론인 지위를 이용한 게 아니다”라며 “(취업이 어려워) 죽겠다는 아이 살리는 심정으로 한 일”이라며 부끄럽다는 취지의 심경을 전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재벌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언론마저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증명한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는 사측에 ▲정확한 사실 해명 및 반성·유감 표명 ▲CBS 전 직원을 향한 이 전 본부장의 사과문 작성·공개 ▲이 전 본부장에 대한 CBS 명예훼손 소송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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