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혐오 동영상 시청 피해학생 학부모들이 지난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구지부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피해학생 부모들 “재발방지 매뉴얼 마련해야”
해당 어린이집 원장 “부모들 주장 허무맹랑”
성소수자 단체 “혐오 조장하는 부적절한 일”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대구의 한 장애아동 전담 어린이집이 봉사활동을 하러 온 초등학생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영상을 시청하게 해 아동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모 어린이집 부원장 A씨는 지난달 7일과 14일, 21일 3회에 걸쳐 인근 모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온 6학년 학생 18명에게 성소수자는 동물·시체 등과 성관계를 갖고 동성애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주범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시청하게 했다.

어린이집 교사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성관계를 갖는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성소수자가 동물이나 시체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잘못된 내용을 교육했다.

3차 봉사활동 다음날인 6월 22일 한 학생이 이 사실을 말해 알게 된 학부모는 바로 학교에 알렸다. 학교 측은 곧바로 피해 학생들을 불러 사실 확인 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어린이집 부원장과 교사 1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 중이다.

피해학생 부모 “동의 없는 불법 성교육”

피해학생의 부모들은 지난 20일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적 매뉴얼 마련을 촉구했다. 또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동의 없는 불법 성교육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말했다.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피해 학생들은 치료 혹은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B씨는 “학교에서 방과 후에 진행되는 봉사활동에 대해 학부모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진행했다”며 “3차의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내용을 묻거나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B씨는 피해 학생들의 상태에 대해 “증상이 심한 학생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등 상담에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B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교육청에서 피해 학생들의 상담·치료 지원하는 것을 부모가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처음 경찰에 신고했을 당시 해바라기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학생들 상담과 치료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학교 측에서 ‘교육청에서 보냈다’면서 성상담센터가 중간에 끼어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리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성상담센터에서 피해학생 18명을 한데 모아놓고 ‘그 날 있었던 일을 다시 적어라, 얘기하라’고 해서 학생들이 난리가 났었다. 부모들이 ‘학생들 상태도 모르면서 왜 갑자기 집단상담을 진행하느냐’고 항의했더니 담당자가 하는 말이 ‘이렇게 3~4번 집단치료하면 치료 다 끝납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신뢰할 수 없어)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집 원장 “부모들 주장 사실과 달라”

한편 해당 초등학교는 “모든 활동은 학교에서 결재를 받아 진행한다”면서도 “부모님들께 동의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도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장애 아동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며 “올해 갑자기 문제가 된 프로그램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을 보여준 것은 맞다”면서도 “오해가 있고, 부모님들이 진실이 아닌 부분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 묻는 질문에는 “전화로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다”며 “부모들이 학생들의 말만 듣고 짜깁기해서 발표한 것 같은데 어린이집에 CC(폐쇄회로)TV가 있다. 기록된 영상에 아이들이 충격 받은 모습은 없다”면서 “부모들이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다.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들이 치료·상담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피해 학생들과 부모에게는 사과하는 마음을 항상 전하고 싶었다”면서 “나머지는 사법당국의 수사과정중에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 입장을 정리하는 중에 있으며 때가 되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류은찬 사무국장은 “수간(獸姦)이나 시체성애 등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교육하는 것은 초등학생들에게 혐오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성에 대한 개념을 고착해나가는 시기인데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부정확한 내용을 교육해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 달서경찰서는 해당 어린이집 부원장과 원감을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 중인 가운데 영상물 심의기관에 해당 영상의 초등생 대상 상영 적합 여부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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