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安, 16일만에 사과...정계은퇴엔 답 피해
이유미·이준서 구속...檢, 윗선 수사 확대

당 기반인 호남서 연쇄 탈당 가능성도
민주당과 통합 등 정계개편 이어지나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준용씨 제보 조작 파문으로 국민의당이 휘청이고 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사과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7월 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5.4%를 기록, 3주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때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자유한국당에 뒤지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한 자리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7월 첫째주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10%대로 올라섰다.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점차 당 윗선을 향하는 가운데 위기 속 국민의당을 두고 정계개편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수의 때늦은 사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달 12일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제보조작 파문이 일어난 지 16일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면서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계은퇴 가능성에 대해선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안 전 대표는 제보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의심했는지에 대해서 “당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며 “인터넷 생중계가 24시간 계속됐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입장표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안 전 대표의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구체적인 대책 없이 원론적인 사과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 문준용씨 제보조작 혐의로 구속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왼쪽)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檢, ‘윗선’으로 수사 확대

안 전 대표가 때늦은 사과에 나선 지난 12일,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구속됐다.

6월 29일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에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제보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은 국민의당 윗선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먼저 대선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이었던 김성호 전 의원, 부단장을 맡았던 김인원 변호사가 잇따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대선을 앞둔 5월 5일과 7일, 이유미씨가 조작한 제보를 이 전 최고위원에게서 건네받아 언론에 발표했다. 검찰은 이들이 해당 제보가 조작됐거나 허위일 가능성을 알고도 검증 노력을 게을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김 변호사는 “20여년 검사를 했고 변호사로 7년 활동했는데 이렇게 녹취록이 조작되고 카카오톡이 조작된 사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며 “지금도 그런 (조작)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이 의원은 이 사건에서 범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와 김 수석부단장과 결정해 발표했다. (제보 폭로의) 최종결정권자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18일 검찰에 소환된 김 전 의원 역시 “추진단 내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부실 검증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 추진단장이었던 이 의원은 여수에서 선거운동을 하러 내려가 단장 없이 내부 절차에 따라 검증했다. 이 사안은 추진단 내에서 이뤄졌다”면서 “안 후보가 무슨 관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곧 이용주 의원을 소환할 예정이며 박지원 전 대표에 대해서도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조사를 마치면 이달 내로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집단탈당 가시화?

제보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국민의당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당 진상조사단에서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며 안 전 대표나 박지원 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관계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당 내외에서는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보조작 사건이 드러난 이후 계속해서 우려되던 탈당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전남 장흥군의회 국민의당 김화자 군의원이 탈당했다. 제보조작 파문 이후 첫 탈당이다.

이후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는 집단탈당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은희 의원은 지난 5일 해당 논란에 대해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당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당원 현황자료를 보면 당원들의 집단 탈당은 어불성설”이라며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총 당원수의 변화가 0.2%에 불과하다. 변화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국민의당은 집단탈당설에 대해 진화에 나섰지만 탈당이슈는 계속되고 있다.

10일에는 국민의당 전북도당 나유인 부위원장 등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뜻을 같이하는 김제지구당 일부 당직자 및 당원들은 오늘 당을 탈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탈당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중앙당 당직자 가운데 첫 번째로 강연재 전 부대변인이 탈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 전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새정치, 합리적 세력, 제3의 중도정당, 패권 세력을 타파하는 그런 흐름이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다고 봤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의원 9명이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 결과, 이번 사건이 중앙당의 사전 개입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면 당을 떠나겠다”고 밝히며 탈당을 언급했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 수사의 행방에 따라 국민의당의 기반인 호남에서의 연쇄 이탈 가능성도 충분한 상태다.

▲ ⓒ뉴시스

국민의당 發 정계개편설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으로 후폭풍에 시달리는 사이, 정치권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도 지난달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후보도 안 나타나고 갑갑한데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린 격이 됐다”며 “민주당하고 합치고 싶은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하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어 “지금 여당 숫자가 너무 적어 굉장히 불안한데 (합당을 해야)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며 “결국 이유미발 조작사건이 정계개편의 방아쇠가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도 6일 광주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해 “국민의당과 민주당은 노선과 가치가 다르다기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 계파 싸움 때문에 갈라선 만큼, 대선이 끝난 마당에 굳이 헤어져 있기보다는 다시 합쳐야 한다”며 “조작 사건이 마무리되면 통합이나 연정에 대한 여러 의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하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론을 꺼냈다.

이처럼 국민의당 발 정계개편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8·27 전대에는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전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선 가운데 손학규, 김한길 전 대표와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리더십 세워야”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서양호 소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제보조작사건 국면을 빨리 끝내고 전대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전대로의 전환이 급선무”며 “현재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데 전대의 가장 큰 룰을 바꾸는 지도체제문제는 국민들이 관심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지도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만들어준 다당제 조건에서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당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정립하는 것과 대선패배, 제보조작, 특정지역에 편중된 지역기반이라는 삼중고를 극복할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단일지도체제라고 하는 제도개선 문제를 통해 원로들의 출마 길을 열어주는 것보다 이 문제가 전대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고 이번 전대가 안철수 선 긋기냐 아니냐 등 계파 갈등의 장으로 바뀌면 국민의당으로서도 손실”이라며 “나아가 국민의당이 계파갈등으로 더 국민들로부터 등을 돌리면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여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된다. 국민의당이 전대를 통해 국민들에게 새롭게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김병민 객원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먼저 나와봐야 그 다음에 전당대회 이후의 행보들을 가지고 예측이 가능하지 지금 국민의당의 향후 전망을 섣부르게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도 결국 국민의당의 향후 과정과 맥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경우는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겠다”며 “다만 본인 스스로도 대권에 대한 꿈을 놓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계에 나타날 수 있는 여지는 열려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보조작 파문으로 창당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당. 전대를 통해 구성된 새로운 지도부가 제보조작 파문에서 당을 재정비하고 정계개편론을 정면돌파해 원내 제3당의 지위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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