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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17 퀴어문화축제…“다양한 정체성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어야”

기사승인 2017.07.16  15: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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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는 대형 무지개 깃발이 선두에 서서 행진을 이끌었다 ©투데이신문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
무지개빛으로 물든 서울시청 광장

일부 개신교 단체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 열어
축제 참가자들 “혐오의 목소리 점차 줄어들 것”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15일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축제가 열리는 시청 광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무지개 깃발과 뱅글, 머리띠 등 다양한 무지갯빛 아이템을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번 축제는 전날 저녁 7시 30분 개막식을 갖고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특히 이날 축제는 오전 11시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환영무대, 이어 4시부터 6시까지 메인 행사인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진행됐고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는 축하무대가 진행됐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성소수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찾았다. 시청역에서 광장으로 들어오는 출입구는 인파가 많아 통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1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부스행사 시작시간인 오전 11시, 개신교 부스 ‘무지개예수’에서 기도회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기도에서 참가자들은 “하느님의 사랑은 온 생명을 차별없이 사랑하는 사랑입니다”라며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레즈비언, 게이, 그리고 한 단어로 규정될 수 없는 모든 이들 가운데 하나님의 공의가 강물같이 흐르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 가운데 넘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기도했다.

기도회 이후 기도회를 진행한 목회자들이 성소수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축복식’이 진행됐다. 축복식에 참여해 기도를 받은 A씨는 “하나님이 성소수자를 벌하실거라 생각지 않는다”면서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대한불교조계종 효록스님 ⓒ투데이신문

불교에서도 부스를 마련해 성소수자들과 함께 축제를 즐겼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효록 스님은 “불교는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보는 종교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에 내건 메시지가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다’였다. 또 불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성소수자에 대해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효록 스님은 매달 한 번씩 성소수자인 불자들과 법회를 갖고 있다. 효록 스님은 “불교의 경우 종교적으로 성소수자를 탄압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불교 내의 성소수자들은 종교적인 문제보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부스행사에는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다수의 퀴어커뮤니티들과 무지개예수,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열린문공동체교회 등 기독교 단체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에서도 부스를 마련하고 참여했다. 또 러쉬코리아, 구글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으며 주한영국대사관과 캐나다대사관, 프랑스와 독일,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의 대사관 등도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특히 국가기관으로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으로 참가해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1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 최초로 참가했다 ©투데이신문

인권위 부스행사를 진행한 신홍주 소통협력팀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해 인권위의 퀴어문화축제 참여를 결정했다"면서 "일부 기독교에서 이를 비판하고 있지만 인권문제를 위해 서로 대화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환영무대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원내정당 대표 가운데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축하인사를 나눴다. 이 대표는 “성정체성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는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며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하는 동반자법을 통과시키고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이 합법화되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축하인사 후 이어진 무대에서는 배우 차세빈, 쿠시아 디아멍(Kuciia Diamant), 엔초비 등의 무대 공연으로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환영무대 후 메인 행사인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이날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종각-종로2가사거리-을지로2가사거리-을지로입구-한국은행사거리를 지나 다시 서울시청 광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종로방면으로 행진하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청계천에서 진행된 이후 5년만이다.

   
▲ 15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제18회 퀴어문화축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한 러쉬코리아의 퍼레이드 차량 ©투데이신문

퍼레이드는 대형 무지개 깃발을 선두로 공연 차량 9대와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뒤를 이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스스로를 바이섹슈얼이라고 밝힌 B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며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광장에서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폴 오울렛(Paul Ouellette)씨는 “캐나다에서는 큰 규모의 퀴어 커뮤니티도 많고,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필요가 없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적어 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는 것이 캐나다와는 다른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개신교 단체들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잘못된 방향으로 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은 항상 존재했다. 혐오의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서로 웃고 즐기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소리도 질렀다. 

   
▲ 15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제18회 퀴어문화축제 ‘프라이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두르고 행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퍼레이드가 서울광장으로 돌아온 후 이어진 축하무대에서는 그라치, 큐캔디, 엘밴드(L Band)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친구와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를 찾은 C씨는 “처음 왔는데 너무 신나고 즐겁다”면서 “사람들이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15일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열렸다 ©투데이신문

그러나 즐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대한문 앞, 환구단 앞 등 시청광장을 둘러싸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집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며 “음란한 행사가 시청광장에서 개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동성애는 죄악이다”, “동성애를 치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에 참여한 D씨는 “엄마들이 젊은이들을 너무 아끼고 사랑해서 치료받고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반대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갈 때에도 축제 참가자들은 이를 오히려 축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듯했다.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한 E씨는 “반대집회에 나오시는 분들의 세력이 작년보다 많이 줄었다”라며 “저 분들도 성소수자들이 겪는 문제들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주신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2000년부터 서울에서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에 열리고 있다.

김태규 기자 ssagazi@ntoday.co.kr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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