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 팽목항. 미수습자 9명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지난 3년간 진도군 측이 제공해준 이동식 주택 10개동에서 생활하며 밤마다 바다를 향해 통곡했다. 때문에 이곳은 ‘통곡의 항구’, ‘기다림의 항구’이라 불려왔다.

팽목방파제에도 수많은 노란 리본과 플래카드, 조형물들이 설치됐다. 조그마한 컨테이너에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팽목의 날카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각자 세월호를 기억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세월호가 목포로 떠났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던 주택들도 목포로 옮겨졌다. 팽목방파제에 걸린 조형물들도 2018년 완공 예정인 국민해양안전관 내 추모시설로 옮겨질 예정이다.

세월호를 목포로 떠나보낸 팽목항을 지난 4일 <투데이신문>이 찾았다.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진도공용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근처 작은 섬들을 조용히 오가는 것이 전부였던 팽목항은 지난 3년 동안 아픔의 대명사였다. 2014년 봄 세월호가 침몰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고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이 항구에서 선체 인양을 간절히 기다려왔다.

팽목방파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세월호가 목포로 옮겨지면서 미수습자 가족들도 1079일만에 이곳을 떠나 목포로 이동했고, 이를 증명하듯 팽목항은 텅 비어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방파제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된 거대한 노란 리본 조형물과 솟대다. 조형물 앞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작은 추모물품들이 놓였다. 솟대 꼭대기에 조각된 새들은 사고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바닷바람에 힘차게 휘날리는 깃발들과 플래카드들도 방파제를 메웠다. 지나간 3년이란 시간을 보여주듯 이들은 모두 빛이 바래고 끝부분은 바람에 찢기기도 했다. 

미수습자 및 가족들의 사연이 담긴 플래카드들도 빛이 바래버렸다.

‘18살에 떠난 수학여행 20살이 되어서도 못 오고 있습니다’
‘인양작업 중 가족을 놓칠까봐 무섭습니다’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방파제 한쪽 벽엔 4656개의 타일로 이뤄진 ‘기억의 벽’이 설치돼있다. 유가족들부터 안산, 목포, 진도, 제주, 부산, 인천 등 전국 26개 지역의 어린이 및 어른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타일에 정성스레 그림을 그리고 글귀를 써서 완성했다.

‘사랑하고 보고 싶은 은화야 돌아와라’ 
‘2-9반 이쁜 딸들 사랑해’
‘편히 쉬렴, 꿈속에서 보자꾸나’
‘누나 형 꼭 기억할게요’
‘언니 오빠들 몰라도 잊지 않을게요’
‘슬퍼하지 마세요’

방파제 끝 빨간 등대에도 역시 노란 리본이 붙었고, 옆에는 희생자들에게 편지를 써 넣는 ‘하늘나라 우체통’도 마련됐다.

한쪽에는 세월호 참사위치를 알리는 작은 그림과 설명이 적혀있다. 사고해역은 섬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팽목방파제에서 조금 걸어 분향소로 향했다. 컨테이너 한 개 크기의 작은 분향소 역시 발길이 뚝 끊겼다. 영정 앞에 놓인 향도 꺼진 지 오래였다. 이곳 분향소는 4·16가족협의회와의 논의를 거쳐,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만 존치된다.

분향소 근처에 있던 컨테이너들은 목포신항으로 옮겨졌거나 철거작업이 진행중이었다.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렀던 이동식 주택 10개동은 목포신항으로 옮겨졌고,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왔던 ‘세월호 가족식당’도 추후 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가족휴게소는 철거작업이 한창이었고 자원봉사자 안내소 앞에는 세월호를 위해 설치됐던 것으로 보이는 플래카드가 쌓여있었다.

진도의 명물 진돗개와 세찬 바닷바람, 몇몇 낚시꾼들만이 텅 빈 팽목을 지키고 있었다.

▲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진도군은 2019년까지 임회면 남동리 산 인근에 국립해양안전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팽목방파제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모두 이곳으로 옮겨져 보존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3월 “국립해양안전관 운영비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진도 주민 정모(64)씨는 “진도 사람들은 지난 3년 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이나 유가족들과 함께 하며 아픔을 나눴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립해양안전관의 진도 건립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이 비용을 지자체가 온전히 부담한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나 형편을 따졌을 때 이쪽(진도)이 아닌 목포에 세월호를 거치하는 것은 동의한다. 그렇지만 미수습자 가족들도 3년간 도와준 진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느껴 이동식 주택을 그대로 목포로 옮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립해양안전관 운영비용과 관련된 해수부의 발표에 대해서는 “3년간 도와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진도군 관계자는 “지자체에 지원하는 보조금 항목 중 국민해양안전관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뿐”이라며 “추후 해수부와의 논의를 통해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에 대한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립해양안전관이 건립되고 조형물들과 분향소가 옮겨지면, 이곳은 다시 3년 전처럼 작은 항구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고 그 옆에서 함께해 온 사람들에게 ‘팽목항’은 영원히 통곡과 기다림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팽목항에 들른 시민들과 이곳에 머문 가족들의 바람처럼 세월호 인양이 이뤄졌다. 이제 진상규명의 차례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기다림도 하루빨리 끝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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