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KT 이사회 개혁의 필요성’ 토론회 열려

   
▲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KT가 이사회에 의결 없이 11억원과 7억원을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KT의 제2노조인 'KT 새노조'가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에 대한 긴급 간담회를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KT 이사회 개혁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이날 열린 긴급 간담회는 KT 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이 공동주최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여는 말을 통해 "전화기 보증금으로 시작된 국민기업 KT가 역대정권 권력자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게 된 현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라며 "이미 밝혀진 대로 인사와 광고 수주에 있어 박근혜-최순실 정부에 부역한데 대한 엄격한 책임을 황창규 회장에게 물어야한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안 상정을 놓고 황 회장의 연임이 타당한지, CEO 리스크가 발발한 주된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으로 이뤄졌다.

   
▲ (좌)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 (우)KT 새노조 임순택 위원장 ⓒ투데이신문

먼저 임순택 KT 새노조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연임한 KT CEO들이 모두 검찰수사를 통해 사법처리 된 점을 설명하면서 “황창규 현 회장도 검찰수사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진 않는다. ‘낙하산 인사 근절’이라고 말하던 황 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또한 낙하산 인사들을 수용하면서 국정농단의 한복판으로 KT를 밀어 넣고 말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임 위원장에 따르면 민영화 이후 기업성장 전략이 뚜렷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경영진이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달렸으나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기는커녕 온갖 비리의 온상이었다. 결국 경영진이 유일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감축과 연구 개발비 축소 등이 전부였다.

그는 “2011년 20조 1668억원을 기록한 KT매출이 2014년 17조원대로 떨어졌다. 황 회장 취임 후에도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 내세울 것 없는 실적임에도 황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코드 맞추기가 가장 확실한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재산이었던 무궁화 위성을 헐값에 매각하고 잦은 정리해고를 일삼았던 이석채 전 KT회장에 이어 반복돼버린 KT CEO 리스크. 이에 임 위원장은 “KT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이 같은 구조는 사외이사와 CEO가 담합할 경우, 회사 경영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꼬집으며 “노동자 대표가 반드시 이사회에 참석해야 하는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발제에 나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승일 이사는 ‘직장 민주주의’가 진짜 경제민주주의라고 강조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정 이사는 “‘민주주의는 회사 정문 앞에서 정지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돈 많고 자본 있는 자들의 ‘갑질’이 지배하고 직원과 노동자들은 노예처럼 대접받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직장민주주의는 기업주와 자본의 권력, 돈의 권력에 대항하는 직원·노동자의 권리를 높여 기업의 통치구조와 그 운영에서 1인1표 민주주의를 관철시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전체 부장급 이하 종업원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의원이 자기 회사 이사회에 이사로서 진출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른바 ‘셀프추천 구조’라 불리는 KT의 이사추천 방식과 다른 것이다.

   
▲ (좌)전국공공운수노조 이경은 조직국장, (우)이대순 변호사(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투데이신문

다음으로는 해당 간담회를 공동으로 주최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이대순 변호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이번사태(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제일 놀란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체계가 이상하고 완전히 달라 대통령이 맞는지 궁금했다. 그래도 구중궁궐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랬겠지 하고 말았다. 근데 그런 사람이 과연 우리 사회에 박근혜 하난가. 소위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득권세력.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본 것 같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말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상층부에 고스란히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고도성장을 통해 빨리 달린 만큼 각각 생각하는 게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진다. 그게 이번 사태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확인됐다”며 “이러한 KT의 ‘약탈적 경영’이 가능한 이유는 역대 정권의 비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강력한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단언컨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름이 없었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발제에 참여한 토론자는 전국공공운수노조 이경은 조직국장이었다. 이 국장도 앞선 토론자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을 문제로 들었다.

이 국장은 “KT는 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가 수백 개가 되다보니 정권 초마다 ‘공신’들에게 나눠줄 자리가 필요한 정부가 군침을 흘리는 곳이다”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경영진이 대거 내려온다.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미래계획이 180도 바뀌기도 한다. 이석채 전 회장은 ‘탈통신’을 외치면서 많은 기업을 인수와 합병으로 사들이는가하면 황창규 현 회장은 이석채 회장과 반대로 ‘통신 본연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회사를 팔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그는 “오락가락하는 회사의 장기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은 2~30년 헌신한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책임질 것을 강요한다”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책임만 지우고,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노동자 경영참여에 대한 제도적인 보장이 있어야한다. 현재 KT를 비롯한 SK, LG는 낭비적인 중복투자와 마케팅을 일삼고 있어 외부의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소비자와 시민단체가 이사회에 책임있는 당사자로 참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독일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13개 국가에서는 공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도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 민간기업에서 노동자를 이사로 뽑은 선례가 없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