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인천에는 수많은 사진가들이 카메라에 담고 싶어 욕심내는 숨은 명소가 있다. 목재공장 굴뚝과 바다 뒤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북성포구’다.

1호선 서쪽 끝 인천역에서 15분 남짓 걷다보면 바람을 타고 점점 짙어지는 비릿한 바다냄새가 북성포구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북성포구를 끼고 왼쪽에는 목재공장이, 오른쪽에는 제분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 제분공장(상), 목재공장(하) ⓒ투데이신문

공장을 따라 입구에서부터 약 200m 쯤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북성포구의 모습이 나타난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는 물이 모두 빠져나가 갯골이 깊게 파인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갯골은 간조 시 주로 해수의 유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갯골을 따라 들어선 어선들 위에서 선상파시가 열린다. 선상파시는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수산시장이다. 당일 가장 싱싱한 해산물을 공수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북성포구다. 이날도 선상파시에서 갓 잡은 생물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든 어르신들이 꽤나 많았다. 선상파시가 아니더라도 상주하고 있는 상인들을 통해서도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 갯골로 들어서는 배(상), 선상파시가 열린 배 위(하) ⓒ투데이신문

북성포구는 낚시 애호가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월척을 잡겠다는 바람을 한껏 담아 낚싯대를 던지는 강태공들이 둑 곳곳에 있었다. 그들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송어와 망둥이가 잘 잡힌다고 한다.

특히 해가 저물 무렵 검은 연기를 뭉게뭉게 피워내는 목재공장 굴뚝 뒤로 떨어지는 노을은 수많은 사진가들이 너도나도 욕심낼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싱싱한 생선회와 눈앞에 펼쳐진 야경을 안주삼아 소주 한잔 마시는 것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 ⓒ투데이신문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어 일명 ‘십자굴’이라고도 불리는 북성포구는 과거 만석부두, 화수부두와 함께 인천의 대표 어항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연안부두 일대 매립으로 다수의 어시장들이 이전하면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근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생활 터전으로서 인천의 자랑거리로 통한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인 북성포구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하 인천해수청)과 인천시, 중구청, 동구청의 주도 하에 준설토투기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매립 절차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북성포구마저 사라져버리면 인천에는 더 이상 남아있는 갯벌포구가 없다.

   
▲매립 예정 구역 ⓒ투데이신문

해수청과 지자체는 오염된 갯벌의 악취로 인한 민원과 열악한 주거환경개선, 낙후된 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북성포구 32만㎡ 중 가장 악취가 심한 일부 약 7만㎡을 매립해 항만환경을 개선하고 향후 공공시설 도입을 통해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북성포구에서 수십 년째 배를 운항했다는 A씨는 “북성포구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 낫지만 여름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투데이신문

이곳 주민들도 처음에는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아닐까 북성포구 매립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북성포구의 일부만 매립하는 것이다’, ‘선상파시 등 본래의 가치는 존치가능하다’,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해수청과 지자체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이에 각계 시민들이 ‘인천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을 구성해 북성포구를 지키기 위해 팽팽하게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은 해수청과 지자체가 북성포구매립사업의 가장 큰 목적인 준설토투기장조성, 악취와 오폐수 등 주변 환경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누가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매립만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환경개선은 매립 후 생긴 땅을 나눠먹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며 땅 나눠먹기 사업만을 고집한다면 환경보전과 환경개선의 책무를 방기한 책임을 묻는 활동도 병행하라는 것이 인천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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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장정구 운영위원장은 “북성포구에 있는 공장들이 이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개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매립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현재 북성포구의 갯벌은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오는 오폐수로 많이 망가진 상태지만 갯벌은 원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면서 “하수를 차단하거나 정화해서 흘린다면 오염물질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갯벌이 살아날 것이며 매립은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개선이 목적이라면 공장들이 남아있는 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공장을 모두 내보내고 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다른 대책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립을 추진하는 것은 땅장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투데이신문

해가 저물고 북성포구에는 어느새 바닷물이 가득 찼다. 북성포구의 자랑인 낙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모두들 최고의 한 컷을 남길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기자도 사진으로만 봤던 북성포구의 밤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그들 옆에 나란히 섰다. 천번 가까이 셔터를 눌러댔지만 날씨가 흐린 탓에 아쉽게도 기대했던 모습을 담진 못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뻥 뚫리는 아름다움이었다.

자신의 앞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요하기만 한 북성포구의 밤바다는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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