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시작된 서울 무악동 옥바라지 여관골목에 가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의 옥살이를 뒷바라지하던 가족의 한이 고스란히 담긴 곳. 바로 서울 무악동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다. 긴 세월 꿋꿋하게 버텼던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 곧 사라진다.

   
 

바야흐로 1907년, 일제 조선 통감부는 당시 ‘경성 감옥’을 지었다. 경성 감옥은 1923년에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뀐다. 독립운동가들은 이곳에서 힘겨운 옥살이를 했다. 이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 생긴 것도 그 무렵부터다. 서대문형무소가 생기면서 옥바라지를 위해 가족들이 몰려들었고 이후 여관 골목이 형성됐다. 

서울에 있던 서대문형무소는 1987년경 경기도 의왕으로 옮겼다. 지금은 건물 대부분이 없어지고 이 자리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감옥, 사형장 등만 남아있다.

   
 

지난 24일, 본지는 철거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무악동 여관 골목을 찾았다. 독립문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옛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에 있는 골목의 입구가 있다. 

   
 

골목에 한발짝 들어서니 가장 먼저 집집마다 ‘이사’, ‘절대출입금지’라고 적힌 딱지가 눈에 띄었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건물을 할퀴고 간 철거 바람의 흔적도 보였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조각이 나뒹굴었다. 조금 더 안으로 걸어가자 빛 바랜 타일벽, 나무로 된 낡은 유리창문, 기와지붕까지…. 지난 세월을 짐작케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가 이 골목에서 여관 청소를 하며 옥바라지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일제의 고문을 이겨낸 사람들이 출소 후에 여관에서 몸을 추스르기도 했단다. 이처럼 골목에는 옥바라지하던 가족들의 애환과 시대의 아픔이 녹아있다.

   
 

이곳은 작년 7월, 종로구청이 관리처분인가를 내려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철거가 끝나면 역사 깊은 옥바라지 골목에 아파트 숲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재개발 논의가 일어날 때 철거가 아닌 ‘리모델링 형식’으로 바꿔 이곳을 지켜달라는 일부 주민의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재개발의 칼날을 빗겨가지는 못했다.

   
 
   
 

10분쯤 지났을 무렵,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한 철거 관계자가 “위험하니 나가라”고 소리쳤다. 결국 기자는 카메라를 안고 쫓기듯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골목의 추억과 역사도 ‘재개발’에 밀려 내쫓기듯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재개발의 삽질에 파묻혀 사진 속으로만 어렴풋이 남을 서울 무악동 옥바라지 여관골목. 이제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마음만으로라도 기억해주길….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