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 SPA브랜드, 1인 디자이너 제품 모방 의혹

   
▲ 명동에 위치한 미쏘 매장 ⓒ투데이신문
‘미쏘’ 디자인 = ‘빈티지 헐리우드’ 디자인… 왜?
빈티지 헐리우드 “처음에는 넘어갔지만 또 디자인 모방 발생해”
이랜드 “지난해 여름, 합의 후 문제 제품 폐기했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대한민국 패션 시장이 ‘카피’라는 바이러스에 병들어 가고 있다. 디자이너 한 명이 작은 규모로 이끌어 가는 곳은 물론이거니와 어느 정도 국내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해외 시장을 향해 발돋움하려는 중소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의 디자인 카피가 동대문을 중심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제품을 똑같이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면, 요즘에는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대기업 아래의 SPA브랜드에서도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의 디자인과 콘셉트를 비슷하게 차용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개인 디자이너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2015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패션 시장에서는 디자인 카피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미쏘’ 액세서리,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과 왜 비슷하죠?
 
독창적인 디자인과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프랑스와 일본, 두바이 등을 비롯한 해외 유명 백화점과 편집샵에 입점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의 디자이너인 서보람 대표는 지난해 여름,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었다.
 
서 대표가 이끌어가고 있는 ‘빈티지 헐리우드’에서 디자인해 출시한 액세서리 컬렉션을 모방 및 카피한 제품을 SPA브랜드인 ‘미쏘(MIXXO)’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
 
여성복 SPA브랜드인 ‘미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이랜드의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대기업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모방 및 카피했다는 점과, 이랜드리테일에서는 이미 여러 개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 실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서 대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미쏘’에서 발견된 디자인 모방 및 카피 제품은 모두 9개에 달한다. ‘미쏘’에서 발견된 9가지 디자인의 액세서리는 ‘빈티지 헐리우드’ 컬렉션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거나 일부는 디자인을 약간 변경하는 식으로 제품 디자인이 이뤄졌다.
 
‘미쏘’에서 처음 디자인 모방 및 카피 제품이 발견됐을 때 서 대표는 이랜드 측에 해당 제품 디자인과 제품 출시에 대한 경위를 확인했다. 이때 이랜드 측이 ‘빈티지 헐리우드’ 측에 방문해 제품 디자인 모방을 인정하는 뜻을 비치면서 합의하기를 바랐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당시 이랜드 측은 마치 ‘미쏘’에서 ‘빈티지 헐리우드’의 디자인 모방 및 카피를 인정한 것처럼 ‘다시 제품 디자인 모방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러한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서 대표도 이랜드 측의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 모방과 관련한 문제는 또다시 발생했다. ‘빈티지 헐리우드’ 측이 지난 12월 ‘미쏘’ 매장에 방문했을 때 다시 한 번 디자인 모방 및 카피 제품을 발견한 것이다. 또 다시 눈앞에 보이는 디자인 모방 및 카피 제품을 두고 서 대표는 이 상황에서 합의로 끝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미쏘는 서울에만 대형 매장이 7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이랜드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 카피 의도는 없었다’, ‘패션업이 어려우니 이해해달라’고 하던 이랜드에서 또다시 디자인 모방이 발생한 것이다”라며 “오히려 피해를 본 우리에게 ‘판매가 저조해 이익이 100만원도 안 된다’고 변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패션은 유행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스타일’은 어느 정도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스타일’이 비슷한 수준을 넘어서 우리 고유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이라고 본다”며 “심지어 빈티지 헐리우드의 브랜드 로고인 브이(V)자 형태의 참(Charm)에 각인이 새겨진 제품도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상표권 침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우리 제품의 가격대와 미쏘 제품의 가격대는 사용하는 소재 퀄리티 등의 이유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디자인이 거의 똑같다면 소비자들은 우리가 엄청 이익을 남긴 채 판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또 “한 번은 어떤 고객이 미쏘 제품을 보고 ‘빈티지 헐리우드와 함께 작업한 것이냐’,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이냐’라고 문의하기도 했고 우리가 미쏘의 디자인을 따라한 것이냐고 거래처로부터 의심을 받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산정하기에 앞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지난해 여름, 이랜드 측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미쏘에도 따로 디자인팀이 있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왜 우리 제품 디자인을 따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 자료 제공 빈티지헐리우드
   
▲ 자료 제공 빈티지헐리우드
   
▲ 자료 제공 빈티지헐리우드
서 대표가 주장하는 ‘미쏘’의 디자인 모방 및 카피 제품은 모두 9가지로, 이중 지난해 여름에 처음 문제가 제기됐던 제품은 3종류다.
 
먼저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은 투명한 원단에 흰색 크리스탈로 눈꽃 모양을 만들어 장식한 팔찌로 장식된 눈꽃 모양은 3개다. ‘미쏘’ 제품은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갖고 있으나 마감된 부분만 약간 다르다.
 
두 번째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은 데님 소재로 된 길쭉한 천 양쪽을 핫핑크색 매듭 사이로 교차 통과시켜 리본 모양으로 마무리한 팔찌다. 앞선 제품과 마찬가지로 눈꽃 모양의 흰색 크리스탈이 3개 달려 있으며 천 끝부분에는 금속 장식이 달려있다. ‘미쏘’ 제품은 데님 소재로 된 것과 매듭이 핫핑크색인 것, 천 끝부분에 금속 장식 등이 붙어있는 것 등이 비슷하지만 눈꽃 모양의 크리스탈 장식 대신 흰색, 빨간색, 파란색의 장식을 붙여 디자인이 일부 다르다.
 
세 번째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은 체인 팔찌다. 은색 체인 중간에 흰색 크리스탈로 리본 모양을 만들었으며 파란색, 빨간색 크리스탈을 중간과 양 옆에 장식한 제품이다. 이 제품이 ‘미쏘’ 제품과 다른 부분은 ‘빈티지 헐리우드’의 로고 참의 유무일 뿐이다. 다시 말해 ‘미쏘’ 제품과 ‘빈티지 헐리우드’ 제품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다.
 
지난해 여름에 지적된 위 3가지 제품 이외에도 서 대표 측은 ‘미쏘’에서 디자인 모방 및 카피 제품이 추가적으로 출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쏘’의 한 제품은 ‘빈티지 헐리우드’의 디자인 카피뿐만 아니라 로고까지 부착해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는 상표권도 침해한 것이라고 서 대표는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제품은 색상만 다를 뿐 체인 모양과 체인에 달려있는 술, 그리고 체인 중간에 ‘WHY SO SERIOUS?’라고 적힌 문구까지 동일한 디자인으로 보였다.

   
▲ 자료 제공 빈티지헐리우드
   
▲ 자료 제공 빈티지헐리우드. 미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헐리우드(VINTAGE HOLLYWOOD)라는 상표명이 적혀있다.
   
▲ 자료 제공 빈티지헐리우드
이에 지난 9일, ‘빈티지 헐리우드’는 이랜드리테일 등을 상대로 부정경쟁및영업비밀에관한법률에 의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및 금지 등을 청구했다.
 
현재 국내 ‘부정경쟁및영업비밀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자세히 명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부정경쟁행위’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랜드 “문제 제품 전량 폐기… 디자인 카피, 실수였다”
 
‘빈티지 헐리우드’의 제품 디자인 모방 논란에 대해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여름 우리 측에서 이를 확인한 후 찾아갔었고, 빈티지 헐리우드 측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문제가 제기됐던 제품은 모두 폐기했다”면서 “이익을 챙기기 위한 의도적인 카피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여름 이후 다시 한 번 디자인 모방 문제가 불거졌고, 제품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냐는 <본지>의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빈티지 헐리우드 측에 연락을 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으며, 합의하고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빈티지 헐리우드’와 ‘미쏘’의 디자인 모방 소송과 관련해 ‘법무법인 인의’의 추승우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 모방 관련 소송을 여러 번 진행해본 경험에서 봤을 때 미쏘의 일부 제품은 완전 동일한 디자인으로 보이고, 일부는 동일유사한 제품으로 콘셉트가 비슷해 보인다”며 “나라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을 만들어 제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디자인 모방 사건이 계속 발생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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