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 이슈 강한 감독 출신 정치인, 민주당 아성에 정면 도전
어르신·장애인 위한 ‘마포형 커뮤니티 케어’ 등 아이디어 풍부 눈길

세상은 넓고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막상 피부에 와 닿는 각종 현안에 발빠르게 움직여 주는 내 마음 같은 정치인은 드물다. 가까운 곳에 아쉬운 문젯거리가 생겼을 때마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스 속 거물 정치인들은 결국 다른 나라 사람들인 걸까? 하지만 동네 정치에 깊숙이 파고들어 함께 울고 웃겠다는 꿈을 꾸는 정치인들도 있다. 어느 자리에 도전하든 어떤 이력을 가졌든, 정치 신인인지 베테랑인지도 상관없다. 그런 우리 곁 동네 정치인들의 남다른 비전과 스토리를 소개하고, 동네 파트너로서 초심을 잃지 않는지 지속 추적해 보고자 한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정당 간판급, 터줏대감으로 불릴 만큼의 거물과 신인과의 싸움은 흥미진진하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는 대결은 거물과 신인이 맞붙는 곳이다.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터다. 예를 들면, 서울 마포을 같은 경우다. 

마포을은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 중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3선을 한 곳. 그 정도로 민주당이 토대를 잘 닦은 곳이다. 이런 곳에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장 의원은 연세대 재학 중 학벌주의 등을 비판한 ‘이별선언문’ 대자보를 써 붙이고 공개 자퇴하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이후 2013년 17년간 장애인시설에 살던 동생 혜정씨를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입상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한 후에는 장애인 복지, 기후위기 대응, 차별금지법 입법 활동을 하는 등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의제를 과감하게 마주하고 있다. 이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떠오르는 인물 100인(TIME 100 Next 2021)’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마포을 출사표, 더 나아가 정치적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Q. 첫 임기 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지난 4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어떤 것이며,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역시 1호 법안인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법’(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될 때였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는 65세 연령 제한 조항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렸습니다. 장애인일 때는 활동 지원 시간을, 예를 들면 하루에 7시간을 받았다면 65세 이후부턴 3시간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7시간이 있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갑자기 3시간밖에 없다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그 연령 제한을 폐지하는 독소 조항을 없애는 게 제1호 법안이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됐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입니다.

아쉬운 것들을 꼽자면 21대 국회가 기후 위기의 긴급성을 인정한 첫 번째 국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특별위원회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Q. 마포을에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마포을이 다원주의 정치와 기후 정치를 하기에 가장 걸맞은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포가 고향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쭉 마포구에서 살았던 ‘마포 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포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많고 출판도시로서도 유명하잖습니까. 또 마을 공동체도 오래전부터 조성됐던 만큼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다양성이 존중되는 공간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최근 기후 정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단체들에서 설문조사를 해봤을 때 전국에서 기후 유권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 중에 하나가 마포였습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투데이신문

Q. 지역 현안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시고 있는지 또 관련해 구상하고 있는 공약이 있으시면 중요 순으로 3가지만 알려주십시오.

영순위라고 할 정도로 시급한 ‘추가 소각장 백지화’입니다. 서울시에서 졸속으로 강행하고 있는 추가 소각장 문제를 막아내려 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소각장 건설을 뺑뺑이 돌리는 게 아니라 자원순환 경제를 통해서 소각장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지역 현안입니다.

두 번째는 마포뿐만 아니라 사실 전국적으로도 꽤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레드로드’라는 게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기점으로 사고 방지 차원과 상권 살리기 명분을 더해서 길바닥에 빨간색, 하늘색을 칠하는 마포구 정책인데, 많은 시민이 효용성을 느끼기보다는 ‘도대체 내 세금으로 뭘 하는 거냐’는 식의 의문과 분노를 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정체불명 레드로드를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하도록 정치적으로 막고 출판·문화 예술인들의 거점으로 복원하고자 합니다.

셋째 현안으로 어르신과 장애인 돌봄, 충분한 육아휴가 제공을 위한 마포형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하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서비스들을 기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연결할 수 있는 차원의 공공 커뮤니티 케어 센터를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Q. 정의당에는 뼈아픈 얘기일 텐데요. 정의당을 탈당한 류호정 전 의원도 정의당을 더불어민주당 2중대다라는 비판을 한 바 있습니다. 정체성이 약해졌다, 리더십의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런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요.

저희가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당당하게 더불어민주당발(發) 위성정당에 끌려들어 가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진보 정당으로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뭔가 실리를 선택해야지 명분이 그렇게 중요하냐는 말씀들을 일각에서 강하게 하셨고 저희도 심각하게 고려해 봤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원칙을 버릴수록 누군가는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에서 더 컸기 때문에 이런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분배와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배 문제에 있어서 시급한 건 주거정책입니다. 청년들의 임차 비율이 80%가 넘습니다. 월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의 비율이 17.4%입니다. 전국으로 보면 소득의 5분의 1을 쓰고 있는 것이고 서울 1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 소득의 25%에서 30%까지를 주거비로 쓸 정도입니다. 청년들의 살림살이에서 주거 문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세입자인 청년들의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월세 지원 정책이 대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정의 문제로 넘어가자면 저는 가족제도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제 정상 4인 가족 신화는 무너진 지 오래잖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복지에 많은 부분이 가족 단위로 주어지기에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21대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 혼인 평등법 그리고 비혼 출산 지원법 이 세 가지를 묶어서 ‘가족 구성권 3법’을 발의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법적인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매일매일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하루하루 힘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크신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응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 국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석탄 화력 발전에 국내외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투자는 일천하기 짝이 없습니다.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만큼은 안정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운용하는 방식 자체에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하는 어젠다를 녹여내야 가능하기에 기후위기 문제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정책이기도 합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nbsp;&nbsp;ⓒ투데이신문<br>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셨습니다.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독보적 행보를 보이고 계시는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역차별 논란으로 인한 반발이 큰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의도적 왜곡을 통해서 알려진 잘못된 정보가 차별금지법이 ‘처벌을 위한 법’이라고 알고 계시는 건데 ‘처벌’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법’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일단 이 법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물론 현재도 일터에서 내가 부당하게 차별을 받은 것 같다고 생각면 국가인권위원회에다가 진정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인권위가 보기에 ‘차별이 맞다’고 판단되면 시정하도록 권고를 하는데 이 권고를 수용하게 만드는 수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이행 강제금을 부과합니다.

차별의 문제는 사적인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넘어 어떤 사회적 기준을 규정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처벌하진 않지만, 차별 시정에 따르지 않는다면 일종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강제 조항을 두는 거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차별금지법의 제일 중요한 것은 ‘도대체 한국 사회에서 금지해야 하는 차별이 무엇이냐’를 규정하는 데 있습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AI 산업이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모두들 예측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기술 발전을 또 다른 이들은 윤리를 말합니다. 이 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인지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중간에 윤리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윤리를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요.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들은 그 법에서 규정해 놓은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준이 없습니다.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인권 기본법, 차별금지법이 없기에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들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이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당부하고 싶습니다. 유권자 여러분, 미래를 위한 선택의 시간으로 22대 총선을 바라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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