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약 5000명 활동…1900여명 추가 전망
급한 사업 추진·의료공백 장기화로 간호계 고충↑
“파행 운영으로 위태롭다”…무급휴직 권고도 다행
간호계 “정부, 병원 운영 보존으로 일자리 보장해야”

한 간호사가 지난 27일 서울 소재 모 종합병원 병동에서 환자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 간호사가 지난 27일 서울 소재 모 종합병원 병동에서 환자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가 이탈하고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벌이면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가중, 무급휴직 권고 등으로 인해 간호계의 피로가 쌓이고 있다. 

28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과 87개 비상진료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PA 간호사 인력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현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4065명을 포함해 약 5000명의 PA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상급종합병원 1599명, 공공의료기관 320명 등 총 1900여명의 PA 간호사가 추가로 증원된다. 

다만 해당 조사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은 제외됐다. 이달 안에 332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까지 끝난다면 PA 간호사 규모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지난달 27일 PA 간호사 업무 확대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지난 8일에는 98개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지침을 제작해 현장에 배포했고, 이후 6개 업무범위도 추가로 제시했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PA 간호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우선 수술, 외과, 내과, 응급·중증 분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심혈관, 신장투석, 상처 장루, 집중영양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과 100개 진료 협력병원 간 환자 의뢰와 회송이 원활히 펼쳐지도록 지원하고, 암 진료 등 전문 분야를 고려해 지정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암 환자 진료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진료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으로 ‘PA 간호사 제도화’ 추진 계획을 발표 한 바 있다. 그동안 큰 움직임이 없다가,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이에 발맞춰 제도화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의사 단체행동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추진됐을뿐더러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간호사들의 고충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98개 의사업무 중 89개를 간호사 업무로 조정함에 따라 PA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량과 불법의료행위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진료거부 사태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업무 대부분을 PA간호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일반 간호사를 갑자기 PA간호사로 전환해 의사업무를 맡기거나 아무런 교육·훈련도 돼있지 않은 일반 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PA간호사가 돼 의사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하지 않으면 병원 망한다’는 압박 아래 불법 의료 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강제적으로 의사업무를 떠맡는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정상적인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무너지고, 고도의 전문성·숙련성·책임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파행 운영됨에 따라 의료현장에서는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최근 ‘빅 5’ 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이 진료와 수술을 축소한 데 이어 환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간호사 등 일반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권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간호계에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광주 동구 소재 모 대학병원 신경과 진료실이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광주 동구 소재 모 대학병원 신경과 진료실이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방문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대책 마련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간협 탁영란 협회장 등 임원진으로부터 비상진료대응 등 현장 상황에 대해 전달받았다.

또한 PA간호사의 법적 보호 문제를 포함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진행 상황, 간호사의 업무 부담 증가 및 간호사법의 제정 필요성 등 다양한 현장 의견을 들었다.

성 실장은 “간호사들이 과로로 인해 업무소진이 되지 않도록 협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부탁한다”며 “정부도 비상진료상황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의 곁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간호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간호사 업무가 ‘진료보조’로만 규정된 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니, 말 그대로 법적 보호 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라며 “특히 비인기진료과 간호사들에게 그 업무가 쏟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급하게 일반 간호사를 교육 없이, 그리고 저연차 간호사들을 PA간호사로 투입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은 이 같은 업무 부담에 이어 경증이나 일반환자와 수술건수 감소로 강제휴가까지 당하는 등 생계까지 위협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정부가 병원 운영을 지원해 간호사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고,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묵묵히 현장 지키는 간호사들에 대한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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