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우리의 작품을 알려야 할까요?” 최근 미술계는 유명 외국작가나 원로작가에 초점을 맞춰 전시, 홍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전시에서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소수의 작가들만 주목받는,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미술계의 이러한 방식에 신진작가들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신진 작가의 발굴과 지원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원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좁은 문’으로 불릴 만큼 치열하다. 예술적 재능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예술가로서 인정받기란 젊은 작가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신진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코너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고자 한다. 앞으로 온라인 갤러리 [영블러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뜨거운 예술혼을 만나보길 바란다.

# ART STORY 

I am a surfer, 72.5cm x 60.5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

작가 윤희태입니다. 저는 미국 메리마운트 맨해튼 대학과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현재 다양한 주제와 재료로 여러 시도를 통해 평면과 입체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대표적으로는 2019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기계 문명과 종교를 주제로 한 시리즈와 제 감정과 갈망을, 저를 대리하는 도시 소년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계 문명과 종교라는 주제의 대표작 격인 〈최후의 만찬〉의 경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예수의 제자를 IT 기업의 개척자들로 대체하고 예수는 컴퓨터로 상징하는 방식입니다. 또 도시 소년을 그린 작품 중 하나인 〈삐오삐오〉는 과거 제가 하고 싶었지만 실천하지 못하였던 스트릿 아트를 캔버스 안에서 펼쳤습니다.

저의 작품에서는 매우 다양한 회화기법이 사용됐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된 회화기법들은 전통적 회화기법, 에어 브러시, 스프레이 페인트, 실크 스크린, 스텐실, 아크릴릭 릴리즈라는 방식 등이 혼합적으로 사용해 기존의 작품보다 시각적으로 다채로움을 추구했습니다.

아크릴릭 릴리즈라는 방식은 제가 2019년도에 창작한 방식의 회화기법으로, 시작은 기존의 회화와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싶은 욕망과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회화라 함은 어떠한 표면에 물감을 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아크릴 릴리즈의 경우 물감을 캔버스가 아닌 다른 표면에서 칠을 하고 그것을 떼어내 재구성해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과정에 기본회화기법의 브러시 스트록, 색의 중첩, 우연성, 즉흥성, 폭력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조각과 콜라주 특징을 동시에 가지게 돼 기존의 회화와의 다름을 추구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많은 부분 얽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족, 친구, 타인의 시선, 관계, 평판 등에 얽매여 불안하게 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작품을 준비할 때도 여러 어려움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주했습니다. 주변의 기대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내 속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이나 생각도 스스럼없이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머리는 내 손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전혀 모를 때가 많다”는 루이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저는 작품들을 통해 제에게 속삭이는 메시지를 전하며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얽매이지 마! 그냥 해!”

# ARCHIVE 

Coming soon, 130.3cm x 96.7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br>
Coming soon, 130.3cm x 96.7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

〈Coming Soon〉은 인공지능의 어마무시한 발전 속에 예술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저의 믿음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작품 하단에 ‘헬로우’라고 쓰인 컴퓨터는 초창기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을 의미하고 동시에 현대의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인사를 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검은색 구름은 이러한 발전이 인류에게 불행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울함과 걱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와 반대로 밝은 색의 백그라운드와 푸른 구름, 벚꽃 등은 이러한 불안과 위험 속에서도 인류에게 밝은 미래와 따스한 봄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은 예술을 통해 이뤄질 거란 믿음에 예술가가 피라미드 가장 윗부분에 위치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믿음과 확신은 작품 속 프레임을 통해 더욱 견고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Fuck anyones gaze, 130.3cm x 96.7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br>
Fuck anyones gaze, 130.3cm x 96.7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

〈Fuck Anyone's Gaze〉는 남의 시선이나 말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 속에서 제작된 작품입니다.

그림의 인물은 마치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쓰지 않고, 음악도 없는 스테이지에 올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녀를 감싸는 수많은 시선은 마치 클럽의 스포트라이트처럼 그녀를 비추고 그 시선에는 경멸과 경의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어떤 행동과 작품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든, 누군가는 경의를 표하기도 또 경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에 얽매여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단, 시도라도 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작가가 10년 넘게 작업을 지속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자들을 만나며 느낀 불편한 말과 감정들 또는 내·외부적 제약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였던 것을 이제는 그냥 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습니다.

It comes at night, 130.3cm x 96.7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br>
It comes at night, 130.3cm x 96.7cm, acrylic and pen on canvas, 2023

저의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어수선한 침대 위에서 나오기 때문에 만들어진 작품이 〈It Comes at Night〉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역사는 침대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저의 작품도 신기하게 침대에 눕는 순간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밤에 오는 유에프오처럼, 소리소문없이 다가와 저를 비추고, 잔잔한 호수 같은 저의 편안한 안식을 상상과 몽상의 장으로 바꾸어 마치 “아침이야, 일어나서 그림 그려야지!” 하는것 같습니다. 실제 작가가 꾸었던 꿈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 ARTIS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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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태 작가

저는 거창한 계획이나 포부가 있지는 않습니다. 내년에 있을 개인전과 페어 등을 준비하는 게 제 가까운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제가 해야만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저의 작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저의 의무입니다.

ART CRITICISM

윤희태 작가는 평면/입체작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를 시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다. 윤희태의 회화는 유희적이면서도 진지한 사색이 묻어나는 장면으로 시선을 끈다. 그의 캔버스 표현 대상은 경쾌한 리듬감이 묻어나는 색채감각과 어우러져 유머러스한 형체들이 독특한 개성을 자아낸다. 특히 윤희태의 내면적 성찰은 서사적 구조의 패러디를 넘어서 그만의 오브제로 상징화됐다. 개인의 자아독백에서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들까지 윤희태의 위트의 스펙트럼은 매번 새로운 주제로 도전하고 있다. (김선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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